[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면역항암제가 제약업계뿐 아니라 환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다국적 제약사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개발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대웅제약과 최근 한올바이오파마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 환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차세대 면역항암항체를 개발하기 위한 공동연구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른 계열의 차세대 면역항암항체의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60억원(1차연도 20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을 공동으로 투자하고, 테스크포스팀을 발족해 면역항암항체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해외시장 진출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임상 결과도 있지만,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많아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신규 면역항암제 개발이나 타 항암제와의 병용치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녹십자 목암연구소는 지난 20일 항체 발굴 바이오벤처인 와이바이오로직스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목암연구소가 보유한 항암 치료 후보 물질과 와이바이오로직스가 발굴한 항PD-1/PDL-1 계열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병용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에 나설 방침이다.
PDL-1은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로,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PD-1과 결합해 면역세포를 불활성화한다. 항PD-1/PDL-1 계열 면역항암제는 이런 상호작용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유한양행도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해 올 초 120억원을 투자해 미국 바이오벤처 소렌토와 합작투자회사(JVC)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이뮨온시아는 소렌토가 보유한 면역항암제(체크포인트 억제제) 후보물질 3종의 임상시험과 개발을 추진한다. 이 중 1종은 미국, 유럽, 일본을 제외한 지역의 독점 판매권을 가진다. 나머지 2종은 세계 전역에서 판매될 수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뮨온시아는 지난달 발기인 총회를 거쳐 조만간 국내에 설립될 예정”이라며 “첫 번째 체크포인트 억제제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녹십자셀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를 이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들어갔다. 올해 전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1상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한다.
CAR-T 세포란 암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자가 재조합된 T세포다. 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 암세포 특이적 키메릭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발현하도록 한 뒤 환자에 재주입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면역항암제로 암 완치 선언을 했으며,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종양이 90% 이상 줄어든 사례가 있다”며 “단순히 수개월 생명을 연장하는 수준이 아닌 완치를 바라볼 수 있어 국내 제약사도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앞서고 있으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기술력을 앞세워 R&D에 뛰어드는 만큼 앞으로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