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환자의 의료 정보 유출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건강보험정보를 개인·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이전 문서 형태로 존재하던 개인 의료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바뀌면서 환자 의료정보를 다루는 주체 수도 늘었다”며 “개입되는 주체가 많아짐에 따라 그 사이에서 환자 정보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의료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민간보험사가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 가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임신·낙태·감염병 등과 같은 정보는 사회적 낙인·배제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왕따·사회적 평판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는 “환자들이 진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내밀한 얘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자신의 정보를 잘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믿음이 깨지면, 의사·환자 간의 신뢰붕괴로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보 보호·보안 논의 시급 …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 육성만 관심”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의료정보 보호 및 보안과 관련된 논의가 시급하지만, 정부는 ‘빅데이터산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의료정보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을 통해 2007년부터 누적된 약 3258억건의 데이터를, 환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비식별화 처리해, 전면 개방했다.
올해 9월에는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칭)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 협의체’를 출범하고, 총 16개의 빅데이터 분석센터를 본격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개인 의료·질병 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본격화한 것”이라며 “정부가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데이터 공개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개인의 진료정보·약물사용·건강검진 자료 등이 건보공단에 대규모로 집적돼있으며, 건보공단에는 의료·건강 정보 외에도 개인의 소득·주소·직장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수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된 건보 데이터와 다른 개인정보 데이터를 융합·재가공해 얼마든지 개인 의료·건강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활용이 가능케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며 “의료·건강 정보 특성상 개인·사회·의료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