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까지 부른 의료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살까지 부른 의료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까운 의료계의 현 주소와 의사의 진단 습관이 조직을 망친다
  • 정재홍 에이치너머 대표
  • admin@hkn24.com
  • 승인 2016.07.12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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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하지 않는 업무 과정은 그것을 경험하는 환자들의 행복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헬스코리아뉴스] 최근 H신문 2016년 6월 24일자의 자료에 의하면 모 대학병원의 조사에서 간호사들은 ‘지난 1년 동안 언어폭력을 경험했다’는 물음에 절반이상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수술실 안에서는 욕설이나 모욕적인 꾸짖음 문제가 심각하다”며 “폭언이 심한 의사와 수술을 할 때는 심장이 뛰고 긴장을 하게 돼 오히려 더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술 중 “닥쳐라”, “멍청하다”, “싸가지 없다”, “돈만 축내는 것들” 등 모욕적 폭언도 많다고 한다.

이게 대학병원 한 곳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5년 전국 83개 병원 직원 1만8629명을 상대로 벌인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54.2%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상담 치료를 받았거나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20~30대 기혼여성 간호사 10명 중 1명은 유산 또는 사산을 경험(10.1%)했다. 이씨처럼 수면장애에 시달린다고 응답한 이도 5명 중 1명꼴(22.5%)이었다. 이것은 결국 병원이 먼저 치유가 필요한 곳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엘리트중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배울 만큼 배우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의사들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의료 특히 수술실에서는 극도의 긴장감이 들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모든 일이 진행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구라도 지나친 긴장감 속에서는 더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긴장해야 할 곳이기 때문에 폭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술을 하는 당사자가 느끼는 긴장감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그 결과 본인의 불편을 전가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수술실의 간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수술실은 잠깐의 실수가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된 곳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그 스트레스를 간호사에게 표출한다. 간호사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수술이 잘 안 풀릴 때도 간호사에게 욕을 하고 기구를 집어 던진다”며 “수술 들어가기 전에 교수님 기분이 괜찮은지 눈치를 보게 되고, 뭔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면 수술실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 일을 일로만 보는 상황이 되면 점점 일은 더 힘들게만 느껴지게 되고 결국은 병원 일 자체를 단지 일의 강도로만 받아들이게 되면서 병원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더 늘어난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그런데 이런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서 보이는 문제는 똑 같이 간호사와 간호사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간호사들은 다른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면서 교육을 하기 보다는 외적인 업무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신입 간호사 스스로 홀로서기를 당연하게 강요한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서울대병원 같은 대형 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동 강도가 세다. 엄청 힘든데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기존 간호사들이 신규 간호사의 실수를 용납 못하는 거다. 경력이 10년 넘은 간호사도 자기 코가 석자라 이 간호사의 실수를 해결해줄 수가 없다. 결국 책임 추궁으로 가게 되고 괴롭힘이 발생 한다”고 말했다. 외적인 요인과 맞물려 내부적으로 이런 책임 추궁의 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의료인은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실태조사 결과 6개 국립대병원 응답자의 56%가 높은 직업자긍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이 현실의 이런 한계와 서로 믿지 못하는 것과 부딪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그런 자긍심에 금이 가고, 의미를 잃어버린 일이 된다.

이런 일을 일로만 보는 상황이 되면서 점점 일은 더 힘들게만 느껴지게 되고 결국은 병원 일 자체를단지 일의 강도로만 받아들이게 되면서 병원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더 늘어나게 만들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문제의 이면에는 또 다른 구조적인 것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부족한 인력, 늘어나는 노동 강도, 환자들의 요구의 증가, 대한민국의 의료수가제도의 한계들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의료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놓아둘 수 없는 너무나 중요한 부문이다.

그리고 의료에서의 이런 행복하지 않는 업무 과정은 그것을 경험하는 환자들의 행복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외적인 요인들과는 별도로 내적인 새로운 병원 문화를 만드는 것에 모든 병원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책임 추궁 그리고 괴롭힘의 본질은 외적인 요인 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일 내면의 크기가 더 문제다. 스스로 불편해서 그냥 그것을 외부에 전가해버린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이 문제는 해결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일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업무 강도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영향으로 제기하는 것은 상사와의 갈등이나 동료 간의 갈등이었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대안은 바로 의료인들의 힐링 문화를 통해서 서로 격려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습관적인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는 새로운 감성지능 교육, 습관적인 자기 관점에서 빠져 나와 공감을 이루는 교육, 일상적인 대화 관행에서부터 개선을 해 나가는 그런 내부의 문화 개선이 꼭 선행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병원이 먼저 힐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단 잘하는 능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버린 것이란 중요한 사실

의료인의 중요한 능력은 진단을 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진단이란 결국 아주 빨리 정답을 찾는 것을 이른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아 와서 몇 마디를 하는 동안 진단을 빨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런 진단이 옳다는 전제로 검사를 진행한다. 이것은 의료인으로서 훈련받고 또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인들은 이 진단의 판단 습관을 환자가 아닌 다른 구성원에게 그리고 조직에 바로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의 진단과 관계와 조직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착각이다. 내가 옳다고 하는 시각으로서는 그 어떤 조직도 건강하기 어렵다는 게 사실이다.

▲ 의료인들은 이 진단의 판단 습관을 환자가 아닌 다른 구성원에게 그리고 조직에 바로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다. 환자의 진단과 관계와 조직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착각이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예를 들어 내가 옳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가 옳은데 타인이 내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먼저 드는 생각은 그 사람이 잘 몰라서라고 하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더 늘어놓게 된다. 상대방이 제대로 알면 당연히 내 말에 동조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그 상대방이 멍청하기 때문에 모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이제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거나, 아니면 명령조로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옳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렇게 했는데도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면 이제는 상대방이 정말 못났거나, 아니면 악의가 있어서 의도적으로 무시한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옳다는 이 전제에서 출발하는 순간 이렇게 변질되어 버린다. 이 상태는 우리가 앞서 살펴본 의사들의 폭언과 너무 닮아 있이 않은가?

그런데 이런 내가 옳다고 믿어버린 것의 한계에 더불어 의료는 아주 빨리 업무를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다보니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생략되면서 이제 내가 옳다는 그 말을 따르는 것이 그냥 일상화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과정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이제 내가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참기 보다는, 쏟아버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바로 이런 과정이 모여저서 지금의 병원 문제를 만들게 된 아주 중요한 원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틀들이 굳어지면서 대화방법은 항상 힘이나 압력으로 나타나고, 공감하는 것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점점 이런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간호사들 내부에서도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버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빼앗아 가는 문화 속에서 누구라도 일의 의미는 사그러지고, 일은 더욱 힘들게 다가올 것은 뻔하다.

병원이 먼저 힐링이 필요하다. 새로운 습관을 교육하는 것이 먼저다

외적인 어려움이 병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비공감습관이 더 문제다. 외적인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이 비공감습관의 문화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다고 해서 공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을 방문해서 핵심 전략을 공감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것은 우리 현실에서 맞지 않다고 한다. 폄하한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로 봐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병원이 먼저 힐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진단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공감 습관, 대화 습관, 사람을 이끄는 새로운 습관을 익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기준점이 되어야 하는 것은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지만 먼저는 바로 직원이나 서로의 관계가 먼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병원의 고객은 이제 직원이나 구성이란 사실이다. 환자는 환자일 뿐이다. 병원이 살아있어야 한다. 병원이 힐링이 되어야 환자는 행복하다. 다른 조직이라면 모르지만 병원은 사람을 다루고 질병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힐링되고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당연히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점점 고도화된 병원 조직, 더 치밀해지는 병원조직은 이제 그 조직 자체의 힐링을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행복한 병원에 출근한다라는 꿈을 향해

▲ 병원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다. 사람이 중심일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진 독특한 특성을 가진 조직이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병원에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과연 어떻게 그것을 접근해야 할까? 그것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안 3가지는 공감 습관 구축하기, 구성원이 먼저인 힐링 조직문화 만들기, 문제점 보다는 해결된 상태를 미리 예측하고 그 밝은 점에 집중하기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바로 ‘나는 행복한 병원에 출근한다.’는 책에 담겨 있다.

먼저 공감 습관은 지금까지 병원이 추진해 온 친절교육의 혁신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친절하려고 하는 순간 내 감정과 상반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고역이 된다. 흔히 감정노동의 악순환으로 나갈 수 있다. 병원은 이 악순환에 노출되기 쉽다. 앞서 살펴본 진단 편향과 공감 습관은 서로 정 반대에 위치한다. 따라서 공감 습관을 통해 병원의 조직 문화를 바꾼다면 환자의 만족도는 물론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둘째는 구성원이 먼저인 힐링 조직문화 만들기다. 행복한 구성원이 행복한 환자를 만든다. 이것이 올바른 순서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여기에 있다. 행복한 직원이 드러내는 감성 에너지는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간다. 구성원들의 힐링을 위한 노력을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는 진단 편향 때문에 그리고 의료의 특성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더 나은 상태(=건강)이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 방법은 조직을 끌고 가는 방법으로 적용한 것이 바로 힘에 의지하면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방법이다. 그러나 밝혀진 많은 사실들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나아진 상태를 미리 구상하고 그것을 이루는 것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병원의 공감 습관을 바꾸는 것의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이런 밝은 점을 향해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면서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다.

병원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다. 사람이 중심일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진 독특한 특성을 가진 조직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선택하는 전략과 다른 이런 습관을 변화시키는 전략이 오히려 병원도 살리고, 구성원도 행복하고, 환자에게도 유익을 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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