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에 ‘폭력’ 낙인 찍는 언론
정신질환자에 ‘폭력’ 낙인 찍는 언론
  • 권현 기자
  • 승인 2016.06.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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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강남역 부근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김 모씨(34세)가 불특정한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이 사건은 일각에서는 여혐(女嫌)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각종 매체들은 유사한 사건이 있으면 바로 보도하고 있어 마치 사회 전체가 정신질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신질환’ 자체가 마치 폭력의 동기라도 되는 듯 받아들여져 정신질환자들을 사회의 뒷면으로 내몰아 제대로 된 치료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춰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정신건강문제 환자들이 사회적인 낙인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UPI통신은 7일 존스홉킨스대학 엠마 맥긴티(Emma McGinty) 박사가 지난 20년간 대중매체의 보도는 정신건강문제 환자와 폭력을 필요 이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정신건강문제와 관련된 400개의 신문기사를 검토한 결과, 신문기사 55%는 정신건강문제와 관련된 폭력을 다뤘고, 29%는 자살에 관한 기사였고, 14%만이 정신건강문제에서 회복된 환자에 대한 기사였다.

1994~2005년에는 정신건강문제와 관련된 기사 중 폭력에 대한 내용이 1%였지만, 폭력에 대한 보도 비중은 갈수록 증가해 2005~2014년에는 18%에 달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비단 미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을 보면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력 범죄가 연일 보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멕긴티 박사 연구팀은 “대부분의 폭력 범죄자들은 정신건강문제의 임상적 진단과 구별되는 화(禍)와 감정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며 “폭력문제는 술, 마약, 가난, 가정폭력 등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이 곧 범죄의 동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맥긴티 박사는 더 나아가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폭력적이지 않으며, 많은 폭력문제는 정신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며 “대중매체가 정신건강문제의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어서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정신질환은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감기처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관리를 받는다면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맥긴티 박사는 “만일 대중매체가 정신건강문제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에 대한 기사를 쓴다면, 정신건강문제 환자들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자극적인 기사들로 정신질환자들을 몰아붙여 오히려 사회를 더욱 흉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매체들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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