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대결하는 ‘알파고’, 의료계 돕는 ‘왓슨’?
인간과 대결하는 ‘알파고’, 의료계 돕는 ‘왓슨’?
인공지능, 어떻게 의료계를 바꾸나 … 헬스 클라우드로 배우고 성장하는 IBM ‘왓슨 헬스’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3.14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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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주목받고 있는 구글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이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세돌이 4전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5전 중 3승을 먼저 알파고가 챙기는 과정에서 대중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까지 갖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는 의료계에서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 헬스’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적극적인 사용처가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왓슨 헬스가 헬스케어 산업에 참여하는 방법은 ‘참여·발견·결정’

왓슨 헬스는 IBM이 왓슨 플랫폼으로 만드는 대규모 헬스 클라우드를 이용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의사, 연구원, 의료 보험회사, 의료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개인별 통찰력과 종합적인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IBM 배영우 상무에 따르면 왓슨이 헬스케어 산업에서 적용되는 패턴은 크게 참여, 발견, 결정의 3가지로 나눠진다.

‘참여’의 경우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모두 의료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들 들어, 와파린을 복용 중인 뇌졸중 환자가 아스피린의 복용 가능 여부를 질문한다면, 왓슨이 개인적인 맥락을 이해해 매우 위험하다는 답변을 근거와 함께 제공한다.

‘발견’은 새로운 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메이요병원을 찾는 중증 암환자들에게는 표준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수많은 임상시험이 시도되고 있다.

이때 왓슨은 방대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각의 환자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임상시험이 무엇인지 찾아준다. 더 나아가 병원뿐 아니라 제약사나 임상시험 수탁기관이 새로운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 그 목적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도 왓슨을 쓸 수 있다.

‘결정’은 임상 진단과 같이 최적의 결정을 도와주는 패턴이다. 암센터의 전문의가 암환자 맞춤형 처방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식이다.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MD 앤더슨 암센터, 그리고 태국 범룬그라드 국제병원과 뉴욕게놈센터 등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 뉴욕게놈센터 CEO 로버트 다넬 박사(왼쪽)와 IBM 컴퓨터생명공학센터 총괄 아제이 로이유루 박사가 IBM 왓슨이 대량의 유전자 서열 정보와 의학정보를 식별해 어떻게 암 환자에게 개인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IBM 측은 “사람들은 일생 동안 평균 3억 권 이상의 서적과 맞먹는 100만 기가바이트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생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왓슨과 분석, 그리고 파트너 에코시스템이 적용됨에 따라 IBM은 개인화된 통찰력과,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보다 완벽한 그림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은 기존 컴퓨터와 어떻게 다른가

왓슨은 기존의 컴퓨터와는 달리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된다.

클라우드는 직역하면 ‘구름’(cloud)으로 해석되지만 IT업계에서는 인터넷 기반의 컴퓨팅 기술을 의미한다. 인터넷 상의 데이터 서버에 프로그램을 두고 필요할 때 개별 단말기에 불러와 사용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개별 단말기로는 불가능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인간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연어를 이해하고, 근거 자료에 기반한 가설을 제안하고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기술에 기반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쌓아 학습하는 것은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알파고나 왓슨은 개별 단말기와 관계없이 방대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또 이 데이터를 이용한 ‘추론’이 가능하다. 때문에 ‘이세돌과의 대전에서 알파고가 1200여개의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료 현장에선 이미 활용 방안 적극 모색 중

왓슨은 2013년에 이미 60만개 이상의 의료 자료를 수집했으며 종양학 연구와 관련된 200만 페이지에 이르는 42개 의료 저널 및 임상 실험 문서를 보유했다. 이를 통해 150만명에 이르는 환자의 의료 정보를 단 몇 초 만에 샅샅이 검색할 수 있으며, 의료진에게 검색된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이같은 기술은 이미 적극적으로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슨앤존슨은 IBM과 손잡고 인공 관절 및 척추 수술 등 수술 전후의 환자 진료에 초점을 맞춘 지능적인 코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전 세계 건강 관련 지출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성 질환을 겨냥한 새로운 건강 앱 출시를 준비 중이다.

메드트로닉은 왓슨 헬스 클라우드 인사이트 플랫폼을 활용, 당뇨 환자를 위해 개인화된 의료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솔루션은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 등을 비롯한 다양한 메드트로닉 기기에서 가져온 환자 정보와 데이터를 수신하고 분석, 환자와 병원에게 동적이고 개인화된 당뇨병 관리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형적인 왓슨 헬스케어 서비스의 흐름

1. 의사가 시스템에 로그인한 후에 진료해야 하는 환자를 선택하고, 그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익명화해서 왓슨에게 보낸다. 왓슨은 환자 데이터의 내용을 이해하고 분석해 진단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인덱스를 정리해 화면에 보여준다. 수술을 마친 암환자의 경우 수술이 정상적으로 잘됐다는 것을 병리판독결과를 통해 이해하고 의사에게 알려준다.

2. 의사는 암 진단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검사 등 각종 검사 결과와 측정 수치들을 입력한 후 왓슨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왓슨은 암 관련 정보가 담긴 네트워크와 해당 암센터가 보유한 치료법 데이터베이스에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 후보와 이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를 찾아 내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치료법과 근거에 대한 신뢰도를 계산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도출해 의사에게 추천한다.

 

   
▲ 왓슨이 암 관련 정보가 담긴 네트워크인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과 해당 암 센터가 보유한 치료법 데이터베이스에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 후보를 찾아내 보여주고 있다.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는 IBM 왓슨에 의해 구동되는 MD 앤더슨 전문관리자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각 암 환자에 대해 보다 포괄적인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왓슨 헬스는 MD앤더슨이 암 근절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으로 개발중인 ‘맞춤형 학습 환경’ 기술인 ‘아폴로’ 내에서도 활용된다.

아폴로 기술은 정보 수집을 간소화하고 표준화하며, 암에 대한 정보, 암 환자 음식 섭취 및 환자의 의료 및 임상 기록, 실험실 데이터 등의 자료를 MD 앤더슨의 중앙 정보 데이터웨어하우스에 수집, 통합해 지속적인 임상 치료와 연구 결과 발견에 사용된다.

IBM은 최근 인수한 익스플로리스와 피텔을 통해 1차 의료 기관, 대형 병원 시스템, 의료진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왓슨 패스’ 및 ‘왓슨 EMR 어시스턴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왓슨패스는 의료진 및 의료 서식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로부터 다양한 각도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의료 전문진으로 하여금 새로운 진단 및 치료 방법을 구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왓슨 EMR 어시스턴트는 EMR 기록에서 핵심 정보를 찾아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더 정확하고 정통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태국 봄룬그라드 국제 병원은 암환자 치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방콕의 주 병원과 4개 대륙 16개 협력병원에서 왓슨을 사용할 계획이다. 왓슨은 광범위한 데이터 분석과, 미국종합암네트워크에 기반해 환자 개인마다 적합한 치료법을 제안한다.

남아프리카 메트로폴리탄 헬스는 아프리카 최초로 왓슨을 도입, 남아프리카 전 지역의 사람들에게 맞춤형, 성과 기반의 건강 및 웰빙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아직 한국어 못배워 … 알파고처럼 대립할지는 두고 봐야

IBM 솔루션 포트폴리오 및 리서치 담당 존 켈리 수석 부사장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실시간으로 이 모든 정보를 이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은, 왓슨의 첨단 인지 컴퓨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IBM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왓슨 헬스가 국내에서 언제 선보이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 한국어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왓슨은 지난해 일본어를 완전히 익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어 대부분이 영어 기반인 의료 및 제약 분야 업계에서 어느 정도 활용 가치는 있겠지만, 아직은 국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는 먼 것으로 보인다.

 

왓슨의 능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 세 가지

첫째는 자연어를 이해하는 기술이다. 왓슨은 이미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방대한 지식에 중점을 둔 심층적 자연어 처리 기능을 제공한다. 왓슨의 심층적 자연어 처리 기술은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까지 감지하며, 인간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뉘앙스, 문맥에 숨겨진 의미까지 이해하고 분석하는 코그너티브 컴퓨팅 기술이다. 즉, 왓슨은 심층적인 구문 분석과 의미 분석을 통해 자연어를 이해해서 문장이 갖고 있는 정확한 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

둘째는 추론을 통한 가설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기술이다. 학습된 정형, 비정형 데이터로 다양한 연관성(connect)을 찾아내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할 근거(evidence)를 신뢰도 수준과 함께 제시하여 조언한다.

셋째는 지속적으로 학습해 전문지식을 발전시키는 기계학습 기술이다. 끊임없이 학습하며 스스로 더 발전된 상태로 개선을 해 나간다.

 

   
▲ IBM 왓슨 기술이 적용된 힐튼 호텔의 로봇 컨시어지 ‘코니’의 파일럿 테스트 장면. 코니는 코그너티브 컴퓨팅, 머신 러닝을 통해 자연어로 문의하는 호텔 정보, 주변 관광지 및 식당 정보에 대해 답변할 수 있고, 매 상호작용마다 학습할 수 있다.

왓슨은 이 세 가지 기술로 전문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고, 추론을 통해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인지된 상황에 맞게 검증된 근거(evidence)를 추론하여 찾아내고 신뢰도를 계산하여 최적의 해답을 찾아 제시한다.

따라서 자연어를 이해하기 위한 각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왓슨에 매우 중요하다. IBM에서는 한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졸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다국적 제약사, 의료기관, 관련 업체들이 왓슨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응용한 서비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왓슨 헬스가 알파고처럼 인간 의사들과 대립하게 될지,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지에 따라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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