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규제’ vs ‘의료질 저하’ 불붙은 ‘1인1개소법’ 논쟁
‘과잉규제’ vs ‘의료질 저하’ 불붙은 ‘1인1개소법’ 논쟁
네트워크 “과잉진료·의료영리화? 증거없어” vs 정부 “병원 본 목적은 의료”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3.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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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33조8항 소위 ‘1인1개소법’을 두고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과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서기석 재판관)는 지난 10일 오후 ‘헌법재판소 2015헌바24’ 건의 위헌을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의료기관(청구인 측)은 이날 정부가 네트워크 의료기관에 대한 과잉규제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맹공을 펼쳤고 정부는 의료 질 저하라는 논리로 방패를 쳤다.

“과잉규제에 직업자유권 침해 ”vs “진료·처방 분산돼 의료질 저하”

이날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은 현재 규정돼 있는 의료법 33조8항 등이 ▲의료인의 직업 자유를 침범하는지 ▲복수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법률의 명확성 ▲과잉 규제 등이었다.

청구인 측은 해당 법률이 과잉규제에 직업 자유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개정된 의료법에는 의료인 한 명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을 속칭 ‘사무장 병원’과 같은 급으로 규정해 평등 원칙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구인 측은 ‘어떠한 명목’은 법률의 명확성에 위배되며, 여타 법률과 달리 시행 예고기간을 6개월로 설정해 의료기관이 법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의 명의원장에게까지 급여 환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보조참가인인 유디치과 측 대리인은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은 차이가 있다”며 “네트워크 병원은 대형 의료기관의 확대, 의료장비 고가화 등 시장의 변화로 생긴 것이다. 또 네트워크 병원은 임플란트 비용을 인하하고 저변을 확대해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관계인(보건복지부·건보공단) 측은 의료행위의 사회적 기능 등을 생각했을 때 개정된 의료법은 의료인의 직업적 수행에 의한 의료행위라도 국민건강 보호에 부합되도록 제한된 합법적인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인의 복수기관 개설·운영 금지는 진료 장소에 따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므로 입법 재량을 일탈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 환자의 진료와 처방에 집중하기 어려워 의료의 질이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과잉진료·의료영리화 증거 없어” vs “의료영리화 시발점”

변론 이후 이어진 재판부 질문에서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및 의료영리화 가능성에 대한 양 측의 의견이 오갔다.

청구인과 보조참가인 측은 “한국은 자유경제,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며 “자신의 노력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 리베이트 수수 가능성은 비단 네트워크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의료기관이나 대학병원 등에도 일어나는 문제이며, 기본 소득과 자본 부담이 덜해진 의사는 오히려 불법 행위에 대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같은 질문에 네트워크 병원의 폐해가 사무장병원과 유사하며 MSO(병원지원전문회사) 등의 경영 참여와 영리 추구를 심화시킬 수 있어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 측 대리인은 “한명의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경우 본질인 의료행위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목적은 의료업을 수행하는 것이지 영리성 경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측 대리인도 “의료기관을 이미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 공익보다 영리추구를 통해 적발된 사례들이 많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의사, 과잉진료? 현장 모르는 말씀” vs “독과점 통한 진료외 수익 귀속 가능”

한편 이날 양 측이 신청한 참고인 역시 1인1개소법의 위헌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주)유디 측이 신청한 최혁용 대한브랜드병의원협회 부회장(함소아제약 대표)은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의사는 과잉진료와 인센티브가 심하다는 주장은 (정부가) 현장을 모르거나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며 정부 측의 논리를 부인했다.

최 부회장은 ▲기본소득이 있는 네트워크 봉직의보다 개원의가 진료에 더 매진해 과잉진료를 할 가능성이 높고 ▲과거 복지부가 네트워크 의료기관을 살리려다가 갑작스런 태도 전환을 보이고 있으며 ▲네트워크가 소규모 의료기관을 죽이기보다 오히려 관련 업계의 발전을 이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가 가진 ‘규모의 경제’로 한약의 제형 개발 등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네트워크라면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가령 네트워크를 별도로 준수해야 할 규제를 정부가 만들고 그 방식대로 통제하면 네트워크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이 신청한 유화진 법무법인 여명 변호사는 “의료기관 복수개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수가 독과점 형태로 여러 의료기관을 관리해 의료인에게 허용된 진료외 수익을 귀속시킬 수 있다”며 복수개설 자체가 복수개설 기관이 ‘구조적 영리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반론했다.

유 변호사는 “네트워크는 병원별·의사별 매출 통계를 내고 체계적으로 이익을 관리하기 때문에 원래 행위 이외의 수익창출이 용이하고 과잉진료과 조직화될 수 있다”며 “현행 법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 의사에게 필요한 내재 행위(의료)를 하라는 것이 의료공공성 추구의 이유다. 외적인 요소는 영리성·산업성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심판의 쟁점이 된 법안은 지난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발의, 2012년 8월 시행된 의료법 제33조8항으로 기존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 바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다.

이는 여러 곳에 같은 상호를 걸고 운영하는 ‘네트워크 의료기관’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후 M남성의원 대표인 홍모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법률로 진료비 지급을 거부하자 이를 취소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다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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