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인 제재 강화에 ‘속수무책’
의협, 의료인 제재 강화에 ‘속수무책’
“협의체서 제대로 논의도 못해” … 복지부 “협의 거친 것”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3.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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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료인에 대한 제재 강화에 나서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무시당하는 분위기다. 의협 내부에서는 의료인 면허제도 관리를 위한 협의체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반면 복지부는 관련 사안이 협의를 거친 내용이라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정부 정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협은 국민 여론에 밀려 꼭 필요한 목소리도 못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다나의원 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면허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2개월여에 걸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의료법학회, 의료윤리학회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협의체’ 운영 결과를 반영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우선 1회용 주사기 재사용, 향정신성 의약품 고의 초과 투여 등 환자 안전을 위협할만한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처분기준을 기존 자격정지 1개월에서 1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국민보건상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자격정지명령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수면내시경 등의 진료행위 중 성범죄,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의사의 장기요양 등급 부여시에는 올 3월까지 의료법을 개정해 면허를 취소한다는 계획이다.

면허신고 사항도 바뀐다. 의료인은 3년마다 면허를 신고하는데, 기존 보수교육 이수 여부 등과 별도로 의사의 신체적·정신적 질환 여부 등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만약 정신질환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 진단서를 첨부하고 관련 기관 정보 활용 및 동료평가 등의 방법을 통해 진료 가능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의학적 판단이 중대한 신체적·정신적 질환여부,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심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내에 외부 인사를 포함해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면허취소 및 자격정지명령제도, 면허 허위신고에 대한 제재조치를 법조항에 넣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7월까지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와 의료인 신고센터, 동료평가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고육지책’ 짜낸 의협 … 윤리위 외부 인사 참여 등은 “수용 불가” =  의협은 9일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 관련 대한의사협회 검토의견’을 통해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자율관리제도 도입 ▲신고센터 설치를 통한 상시 발굴 ▲비윤리적 의료행위 제재 실효성 제고 등에 사실상의 ‘수용’을 선언했다.

최근 다나의원 사태 등으로 윤리문제에 곤혹을 겪고 있는 의협으로서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다만 자율징계 및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내 외부 인사 참여 등 자율권을 빼앗는 독소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협은 거듭 강조했다.

▲ 김주현 의협 대변인이 9일 열린 브리핑에서 의협 중앙윤리위 내 외부 인사 참여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협은 이번 협의체에서 의협이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복지부의 방안은 의료계와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며 “향후 의협 상임이사진, 전국의사총연합 등 임의단체와 함께 TFT를 구성해 회원들의 뜻을 모은 뒤 그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의 한 관계자도 “총 다섯 차례의 협의체 중 4·5차의 경우, 일반적 협의체 운영과는 달리, 사전 자료 배포와 내부 논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회의 시작과 함께 자료가 나눠졌다”며 “회의 후 자료를 다 수거하기까지 해 참석자의 말로 의협 내부의 의견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에 입장을 전달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안은 5차 협의체에서 정부가 주장한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복지부 “이미 협의하지 않았나” = 복지부는 의협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제출한 안이 다양한 의료단체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논의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9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의협의 주장과는 다르다. 협의체 내에서 사전에 자료를 전달했고, 당일 자료를 나눠준 경우 각 단체가 사후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의 요구가 전적으로 수용될 수는 없는 사안”이라며 “다만 이번 개선안에 참여한 단체들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의협이 주장하는 ‘자율징계권’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향후 의협 중앙윤리위의 객관적 징계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윤리위 내 외부인사 참여와 복지부-의협 공동조사 등은 징계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방향”이라며 “의협이 주도하는 형태의 징계는 다소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외부 인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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