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신경 수술하는 곳, 있었으면 싶었다”
“말초신경 수술하는 곳, 있었으면 싶었다”
국내 최초 말초신경수술센터장 이대목동병원 김재광 교수 인터뷰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3.08 18: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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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조금 왜소한 체격의 한 정형외과 전공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세부적이고 섬세한 것을 좋아하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남들과는 다른 ‘말초신경’을 다루는 다소 특이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됐다.

그는 올해 1월 미국 연수를 마친뒤 직접 병원 경영진을 설득해가며 국내 대학병원 최초의 말초신경질환 수술 전문 센터를 만들었다. 이대목동병원 김재광 말초신경수술센터장의 이야기다.

헬스코리아뉴스는 김 센터장을 만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말초신경질환과 수술, 개소 한 달째가 된 센터와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말초신경 수술하는 곳, 있었으면 싶었다”

말초신경은 뇌·척수에 있는 중추신경 바깥에서부터 손이나 다리로 뻗어나가는 신경 부분을 말한다. 말초신경은 감각 신경과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으로 구성돼 있으며, 말초신경질환의 대표적 초기증상은 통증이나 손저림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말초신경질환은 알면서도 ‘모르는’ 것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폐경기 여성들은 손저림 등을 ‘갱년기라서’ 혹은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신경마비의 원인을 신경에서 찾지 않고 뇌졸중 등에서 찾는 경우도 있으며, 자신의 질환이 수근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 손목터널이라고도 함), 주관(팔꿈치 내 신경) 혹은 당뇨로 인한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단순히 질환이 아닌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깨나 손가락을 밀고 당기는 것만으로도 손저림이나 마비가 올 수 있는 흔한 질환임에도 환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게 김 센터장의 말이다.

“말초신경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래서 처음에는 센터의 이름을 ‘손저림·마비센터’로 할까도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말초도 신경의 일부라 손상이 되면 치명적이고 회복도 길고 고통스럽죠. 하지만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는 곳은 없더라구요.”

“또 질환이 아니라 사고(로 말초신경을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완신경총(목과 어깨 근처에서 팔과 손으로 이어지는 신경다발) 마비나 파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도 많고 산업재해, 칼이나 깡통 등으로도 다치기도 합니다. 관련질환의 수는 정말 많죠.”

김 센터장은 미국 연수 후 말초신경 질환수술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곳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국내 상당수 병원이 말초신경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술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센터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료원장 등을 찾아가 센터를 열어달라고 설득했다.

“제가 원래 배웠던 것은 정형외과에서도 ‘수부질환’입니다. 수부질환의 특성상 손에 외상이 많고 신경을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부질환을 전문으로 해도 의사의 집중도가 떨어지면 환자 말초신경은 케어가 덜 되죠. 우리나라에서 말초신경만을 전문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싶더라고요. 이게 센터를 열게 된 이유입니다.”

“발병 1~2년 지나 오는 경우 많아 … 늦으면 100% 회복 어려워”

김 센터장은 센터 개소 후 절실하게 느낀 점이 ‘환자의 늦은 의료기관 방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질환을 가볍게 여기거나 여타 질환으로 오해해 마비 혹은 운동신경이 손상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 김재광 이대목동병원 말초신경수술센터장

“사고가 아닌 경우는 대부분 (증상 발현 뒤) 1~2년 후에 찾아옵니다. 근육이 이미 마비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증상 초기에 오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운동 신경까지 마비되면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입니다. 환자 대부분이 마비가 많이 진행돼야 오시는 게 안타깝죠.”

그가 센터 개소후 강조한 것은 ‘빠른 치료’다. 말초신경은 허리나 뇌의 중추신경과 달리 신경섬유의 일종인 척추돌기로 이뤄져 있어 치료 후 일정 부분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신경이 마비된 후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못한다. 빠른 치료법 선택이 환자의 신체기능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손저림 등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마비는 신경수술과 함께 근육 이식도 필요합니다. 반면 초기라면 수술보다는 주사나 약물 치료도 권합니다. 즉 빠른 치료 선택이 중요하죠. 이 때문에 타 진료과에 의뢰를 맡기고 받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센터에 신경과와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참여해 하루 안에 검진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 방식을 정하기 위한 다학제 진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말초신경만 치료하고 싶다 … 임상·동반된 센터 만들 것”

김 센터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말초신경만 진료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말초신경센터의 의사는 자신의 전문과와 무관하게 말초신경만을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말초신경질환 치료를 자신의 전문분야로 내세우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센터가 커지면 정형외과를 벗어나 말초신경만을 수술해보고 싶습니다. 말초신경센터로 유명한 미국 워싱턴의대 병원의 경우, 말초신경질환센터 내의 의사들은 다른 걸 안보고(진료하지 않고) 이 분야만을 치료하거든요.”

김 센터장은 더불어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수술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가령 사지마비의 경우 경추 7번 아래로 마비가 되면 어깨나 팔꿈치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이 분들은 휠체어를 끌 수 있는 손목과 손가락의 힘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 중 가장 손해를 덜 입히는 신경을 손목이나 손가락 등으로 이어주는 ‘신경전이술’을 해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2~3년 전 시작됐는데 결과가 좋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수술뿐만 아니라 기초 연구와 수술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령 신경 파열 후 신경종·유착·신경 내 간격이 발생하거나 신경 사이를 채워주는 ‘도관’의 경우, 미국에서는 사체 등을 이용한 동종신경도관이 이미 4~5년 전 출시됐지만 국내에는 동종 도관이 개발되기 전 사용하던 합성 도관마저 단가 등의 문제로 제대로 수입되지 못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합성도관을 특허 출원 및 등록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동종도관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동종 도관 삽입 시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줄기세포를 첨가하는 내용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술을 잘하려면 도관 등 기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술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기초 연구로 개발된 것을 시도하고 임상에 적용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제 목표는 이 센터를 임상과 기초연구가 동반된 곳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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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RI 2016-03-10 08:53:22
기자가 '혈관'과 '신경'도 구분 못하고 계속 헷갈리게 쓰고 있네요.ㅉㅉ

헬스코리아뉴스 2016-03-11 10:13:36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부분은 다 수정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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