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도 박수칠 손을 내주어야
의료계에도 박수칠 손을 내주어야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3.0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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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이동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부터 확대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옛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에 상급종합병원들이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4월부터 해당 사업을 더 많은 기관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추진에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사적 간병인과 환자 가족에 의한 간호·간병 문화가 메르스 감염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방 중소병원 중 간호인력이 확보된 병원부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상급종합병원 내 간호인력 1인이 돌보는 환자를 기존 7인에서 5~6인으로 줄이는 한편 ▲ 간호인력 고용 비용을 지원하고 ▲간호대 정원 증가와 유휴간호사 활용 ▲간병지원인력을 현행 1명에서 최대 4명까지 확보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복지부는 병원 관계자들에게 지난해 정부가 작성한 ‘입원환자 병문안 문화 기준 권고문’ 준수 및 병문안 문화 개선을 실천한 병원들에 5000억원가량의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할 듯싶다.

먼저 인력과 비용의 문제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지난해 1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015년 기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급성기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 등)에는 11만434명, 요양병원에는 2만9115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2021년까지 계산할 경우 급성기 의료기관은 최대 13만489명, 요양병원은 35144명의 인력이 필요해 해마다 각각 8368명과 2944명 증원이 필요하다.

비용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정부는 수가 지원 및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간호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여타 직역의 비용의 수배가량을 차지하지만, 이번 조치는 병원의 생리를 고려하지 않고 급박하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3월2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사실 특별수가 및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21일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간호인력 대책과 상당수 조항이 동일하다. 물론 지난해 7월 대책 이후 유휴간호사의 취업을 돕는 ‘간호취업지원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복지부의 이번 대책은 병원들 입장에서는 ‘당부’가 아닌 ‘칼날’로, 간호계에는 ‘희생 강요’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병원들이 민감해하는 의료질평가지원금 지급에 ‘병문안 문화개선 실천 노력’을 기준으로 제시한다는 것은 병원 경영진들에게 ‘강제’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하지 않는 병원마저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인한 간호사의 ‘대탈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확보 및 급여 지급 등을 먼저 하고 이에 따른 지원을 받으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간호계는 공적인 자리에서도 간호사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당이나 ‘오프’(휴무)조차 받지 못받고 업무피로도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간호사·간호조무사간 업무 분담 등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공감 없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서두르기만 하는 것은 큰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일 병원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병원간호사회 등 간호사 단체들도 포괄간호서비스를 위해 전달체계 모형 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고사성어 중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계란을 깨기 위해서는 어미닭도 알 속 새끼도 서로 부리를 맞대고 (계란을) 깨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 서두르기보다 병원계가 함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박수칠 손뼉을 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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