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수술방 보조’(?)
일반인이 ‘수술방 보조’(?)
간호조무사 자격이 필수 아닌 ‘우대’(?) … 현장선 “비일비재” 주장도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6.02.26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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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씨(25, 여)는 경기도 내 한 제조업 공장을 퇴직한 뒤 자택 인근 한의원에서 데스크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근무자가 부족해 약뜸과 물리치료를 하게 됐다. K씨는 한의원에서 근무하는 세 명 중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최선임자 한 명뿐임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원장은 K씨에게 약뜸 등의 물리치료를 시켰다.

#. 간호조무사 S씨(26, 여)는 결혼 후 전라북도 내 한 병원에 입사했다. S씨는 입사 한 달 만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얼마전 입사한 일반인에게 기본적인 간호보조 업무를 가르치라고 한 것이다. 의원급에서 일할 당시 간호조무사가 주사행위 등의 일을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반인에게 간호보조를 시킨다는 것이 이상했던 것. 그렇지만 S씨가 가르친 직원은 이후 3개월간 주사 투여 등 간단한 물리치료를 하다 지난해 1월 퇴사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사·간호사에 한정돼 있다. 간호보조인력인 간호조무사의 경우, 의사의 처치 명령 전까지는 특정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에게 단독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치료 행위를 맡기는 등 ‘할 수 없는 일’을 시키는 의료기관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간호조무사도 아닌데 수술방 보조(?) = 최근 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수술방 보조 및 데스크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새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수술방 보조 및 외래 업무(원무)를 담당할 직원을 뽑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제는 수술방 보조를 할 수 있는 인력은 간호조무사로 제한돼 있음에도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필수가 아닌 우대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의료기관의 채용 공고. 간호조무사를 준비하거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 일반적인 의료기관 채용의 경우 간호조무사를 필수로 적어놓는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은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를 뽑을 경우 관련 자격을 ‘의무’로 표기한다. 영세한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가 있어야 의사의 오더를 받아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는 해당 의료기관 외에도 간호조무사를 필수로 지정하지 않거나 자격증이 없어도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공고가 다량으로 게시돼 있다.

▲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의료기관의 채용 공고.

해당 의료기관 관계자는 26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술방 보조업무’가 정확히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수술방에 들어가 의사에게 필요한 도구를 전해주거나 하는 등의 일”이라고 밝혔다. 또 ‘수술방에 들어가는 일이 빈번하느냐’라는 물음에는 “거의 없긴 하지만 간호조무사의 일손이 달리거나 할 때는 그럴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엄연한 ‘위법’인데 … 현장서는 “어쩔 수 없어 … 잘못됐지만(?)” = 이는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 의료법 제27조1항에 따르면, 무면허자의 의료행위는 제한된다. 간호조무사는 수술방에는 출입할 수 있지만 의사의 지도 없이는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수술 중 일반인의 출입은 불가하다.

헌재 역시 2014년 7월24일 판시를 통해 ‘신체에 위해가 가지 않는 의료행위라고 해도 비의료인이 시행하면 불법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즉 의료행위에 가담했다는 것만으로 의사도 수술에 참여한 일반인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재활의학과에 근무하는 P씨는 “그런 일은 사실 많다. 과거 일했던 정형외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며 “물리치료 보조는 자격증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물리치료사들이 초음파나 온열 치료 등의 작동법을 가르쳐 주고 직접 물리치료를 시키는 경우가 제법 된다”고 말했다.

P씨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간호조무사나 물리치료사 등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은 급여의 일정 부분을 삭감하고 치료행위에 투입한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원장이 시키니 어쩔 수 없이 의료행위를 하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일부 원장은 일반인이 장기 근무를 원할 경우 치료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곳은 말 그대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P씨의 설명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K씨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내가 일했던 한의원에서는 젊은 사람은 치료실에, 연장자는 원무를 본다”며 “간호조무사를 취득하며 ‘몇몇 행위는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침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는 내가 직접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S씨는 “요양병원에서는 나이든 간호조무사 분들이 IV나 IM 같은 일부터 폴리(도뇨관) 삽입, 관장, 봉합까지 못하는 게 없다”며 “간호조무사가 못하는 일도 있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 외 인력은 사실상 ‘아무거나 다 해야 하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일부 의료기관의 이같은 행태가 ‘잘못됐음에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한 의원의 원장은 “옳다 그르다 라고 딱 잘라 이야기하면 ‘그르다’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그 사람들(의료기관 원장들)은 인건비라도 줄여서 어떻게든 의료기관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워진 것이 개원가의 현실”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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