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의료분쟁시 조정절차 자동 개시를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을 입법 추진중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크게 반발했다.
현행 법안은 의료사고 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이 조정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었으나, 법이 개정되면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법안은 관련 포퓰리즘에 휩싸인 졸속입법”이라며 “자칫 대형 의료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말이 개정안이지,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민감하고 중대 사안인 의료분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을 조장해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사망사건은 피해 정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적을 수 있으나 이를 중상해 사건까지 확장할 경우 환자 측이 느끼는 피해의 정도와 의학적 판단이 서로 다르며 장애의 경우 고정기간 이후에나 보다 명확한 판정이 가능하므로 자동개시의 근거로 삼기에는 매우 큰 혼란과 어려움이 있다.
특히 형사적 중상해와는 달리 의료 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다양한 소견과 비특이성을 갖는 것이 속성인 만큼 하룻밤 사이에 복지부가 임의로 정할 수 없는 전문성을 요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 관련 전문가들의 면밀한 검토와 공론화 및 협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의협은 주장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총선을 앞두고 혼란한 상황을 틈타 전문성이 실종된 채 오로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졸속 입법은 지양돼야 한다”며 “의료발전 저해와 악법 제정으로 큰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에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 후 국민과 의료인에게 득이 되는 살아있는 법으로 개정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6일 법안소위를 열고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조정절차를 자동 개시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으나 남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동개시 대상은 사망, 중상해 등으로 국한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