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가 ‘몸싸움’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의협 추무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의사들과의 마찰로 아수라장이 된 탓이다.
의협은 30일 의협 회관에서 원격의료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거세게 반대하는 내용의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1년 전 우리는 이 자리에서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저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며 “정부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하고, 안전성이 확보가 안된 원격의료를 환자진료에 적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의사는 국가로부터 의사면허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받은 권리주체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반드시 국민건강을 수호해야 한다”며 정부에 ▲3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철회 및 ▲시범사업 과정·결과 공개 등을 촉구했다.
또 검증되지 않은 한방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화 폐지 및 퇴출, 한약제제에 대한 임상시험 및 독성검사를 의무화, 한의약 육성정책 폐기 및 의료 육성정책 입안 등을 수행하라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한의사가 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12일 한의사협회 회장의 말도 안 되는 골밀도 기기 시연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졌다”며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완전철폐될 때까지 (의사들의 행동을) 멈추지 말자”고 호소했다.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 이광래 위원장은 “정부에서 경제적 논리로 원격의료를 밀어붙이고, 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원격의료 시범사업 중단 및 정책 철폐 ▲한의사의 의료인 명칭 사용 금지 ▲한의약정책과 폐지 ▲한방의료의 범위를 침·뜸 등으로 제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진료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끝날 수 있던 궐기대회는 일대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투쟁 불꽃 점화식’을 앞둔 상태에서 의료혁신투쟁위원회 최대집 대표 등 10여명이 “추 회장이 대회 발언권을 주기로 사전에 약속을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단상 위로 난입했기 때문이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모집했던 ‘결사대’ 10여명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신임 집행부 등이 추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으나 행사 중반까지는 충돌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의혁투 회원 일부가 무대로 들어오면서 10여분간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이에 회원들이 모두 귀가하고 말았다. 당초 궐기대회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최 대표와의 말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추 회장은 미처 점화를 하지 못하고 오후 6시50분경 의협을 빠져 나왔으며 최 대표는 추 회장의 용퇴와 함께 의협에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을 고발할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