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낫지 못해도 … 키우지는 말아야”
“두통, 낫지 못해도 … 키우지는 말아야”
두통학회 김병건 회장 “보톡스 급여화 필요 … 약물과용 두통, 의사도 잘 몰라”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01.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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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두통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자들의 이목을 가장 끌었던 것은 ‘의사도 두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김병건 학회장(을지병원)의 말이었다.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때 보호자들은 꾀병이나 정신적 문제로 치부할 뿐 아니라 의사마저 두통의 원인과 해결책을 몰라 두통이라는 질병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발표된 논문에는 가정의학과·내과 개원의 중 54.1%가 두통이나 불면 등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MUS, Medically Unexplained Symptom)에 대해 ‘치료하기가 힘들다’고 말했으며 환자에게 성격 문제 혹은 정신질환이 있다고 답한 의사도 각각 58.2%, 44.1%에 달했다. 두통이라는 분야가 의사들에게도 생소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는 2007년 42만6000명에서 2014년 51만명으로 19%가량 증가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학회는 의사들을 위한 ‘두통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의사가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 회장을 만나 ‘의사들도 모르는’ 두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두통 치료 힘든 이유 “경험·실익 부족” = 김 회장은 일선 개원가나 여타 의사들이 두통을 치료하기 힘든 이유로 경험과 의료기관의 실익 부족을 꼽았다.

“많은 의사분들은 두통의 감별진단에 익숙치가 않습니다. 의대 교과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의사들을 위한 두통 관련 교육도 부족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의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효과가 적거나 부작용이 많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로컬(지역 개원가·소형병원 등)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치료’이기 때문일 겁니다.”

▲ “의사들도 두통 환자 진료 경험이 적습니다.” … 김병건 회장은 의사들이 두통 치료를 어려워하는 이유로 두통 환자에 대한 진단 경험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통 환자의 경우 MRI를 찍고 약을 처방한 이후로는 많은 진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도 치료 결과에 만족스럽지 못하고 로컬도 실익을 내지 못해 두통 치료를 어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증가하는 두통 환자와 새 치료약제에 개발에 비해 의사들의 ‘두통’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다.

“1차 의료 비중이 높은 진료과에서도 두통 치료에 대한 수련은 부족하죠. 또한 대학병원 신경과 같은 경우에도 두통이나 어지럼증 환자가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심도도 여타 신경질환에 비해 낮고요.”

“하지만 신경과 전문의가 개원하기 전 배우는 과정과 실제 로컬에서 진료하는 질환은 다릅니다. 이 때문에 딜레마가 생깁니다. 즉 신경과 교수들도 입원환자도 두통에 대한 지식이나 치료경험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부담되는 보톡스 치료, 급여화 필요” = 최근 몇 년간 만성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한 새 약제는 미용성형 약제로 잘  알려진 미국 앨러간 사의 ‘보톡스’를 비롯한 보톨리눔톡신 제제다.

지난 2010년 세계두통학회에서 보톨리눔톡신의 두통치료 효과 연구가 발표됐으며 만성두통 피실험자 1200명에게 두피 31곳에 보톨리눔톡신을 주사한 결과 40%가량이 통증 횟수와 강도가 줄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보톨리눔톡신은 통증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고 통증 수용체를 변화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두통 치료 전문가들은 보톡스를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보톨리눔톡신을 이용한 주사 치료는 약값만 회당 6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입한 민간실손보험으로 30만원까지 보상받지만 이마저 없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늘어나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보톨리눔톡신을 이용한 치료법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선 의사들의 보톨리눔톡신 오·남용을 막기 위한 ‘잠금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이 사실 우려하는 것은 ‘두통 치료’라는 명목으로 보톨리눔톡신을 오·남용하는 거죠. 이를 막기 위해서 학회 쪽에서는 몇 가지 제언을 했습니다. 먼저 보톨리눔톡신은 1차 치료 이후 차도가 없을 경우에만 사용하는 2차 약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신경과 의사들만 보톡스를 두통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 “약 먹어서 아픈데 … 의사·환자 모두 몰라” = 김 회장은 두통환자들이 잘 관리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두통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사 스스로가 두통을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가 두통이 자주 있는 경우 예방약제를 줘야 하는데, 어떤 약을 줘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도 예방약을 먹어야 하는데 예방약은 부작용도 있고 치료가 안된다고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단 말이죠. 일부 의사들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매일 진통제를 처방해 줍니다.”

“그런데 진통제를 많이 쓰면 약물과용으로 인한 두통이 나타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하죠. (환자) 자신은 아파서 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보면 약 때문에 두통이 생기는 겁니다. 마약하고 똑같아요. 저희는 환자가 오면 먼저 먹던 진통제를 끊게 합니다. (투여 중단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두통만 남습니다.”

하지만 의사도 환자도 ‘약이 두통을 일으킨다’는 개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의사가 인식하여야 환자의 짐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두통학회는 현재 단기연수 등을 통해 의사들이 원활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다.

“만성두통 환자는 예방약을 사용하고 진통제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통제의 과용으로 (병을)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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