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품목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쏟아지는 제네릭(복제약) 경쟁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집안단속에 나섰다.
제약협회는 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이사장단 회의를 갖고 “최근 거대 신약의 특허만료로 제네릭의약품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리베이트 영업설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통한 윤리경영 확립은 시대와 국민의 요구이자 한국 제약산업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요건”이라며 “만일 일부 회원사들이 최근 시장 쟁탈전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우려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면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또 “눈앞의 이익과 매출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불법 리베이트와 타협하는 것은 지난해 기업윤리헌장 선포 등 우리 제약산업계의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한층 엄격해진 리베이트 처벌 법제하에서 해당 기업의 존립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블록버스터 품목 속속 특허만료 … 제네릭, 우후죽순 경쟁 가세
현재 가장 리베이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품목은 B형간염 치료제인 ‘바라크루드’ 제네릭이다. 1500억원대 시장이 형성돼 있는 ‘바라크루드’는 오는 9일 특허가 만료되며, 현재 60여개 제약사에서 제네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와 관련된 리베이트 설도 나오고 있다. 최근 특허가 종료된 시알리스는 70여개 제약사가 제네릭을 출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워낙 치열하다 보니 과도한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날 이사장단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리베이트를 한 제약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제약협회에서 특정 상황을 들어서 조사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회원사들이 리베이트 근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제약협회의 의지와 조치를 더 강력하게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겉으론 동업자, 속으론 경쟁자 … 은밀한 리베이트 배제 못해
하지만 실제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겉으로는 같은 회원사지만, 속으로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인 제약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제약협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은밀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들 리베이트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다보니 딱 잘라서 (리베이트가) 근절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기업들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