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짚은 간호사 실업대책
번지수 잘못 짚은 간호사 실업대책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07.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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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간호서비스를 활용한 간호인력 채용을 활성화하겠다.”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포괄간호서비스에 필요한 간호인력을 다수 채용해 간호사들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확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언론을 통해 청년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병원)에 세제혜택 및 한시적인 임금 전액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대놓은 대책은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대한간호협회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경력단절 및 평균 근속연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의 경력단절 간호사 10명 중 5명은 29세 이하였고 10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는 20.0%에 불과했을 정도다. 4년 동안 어렵게 대학공부를 마치고 간호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간호사들의 경력단절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일지 몰라도 간호사의 실업 문제는 바로 근무조건에 있다는 것을 최 부총리는 간과하고 있다.

간협의 조사 결과에서도 취직할 곳이 없다는 설문은 순위 안에 들지 못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 임신·출산에 따른 부담, 과중한 업무량 등이 간호사들을 직업 현장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는 일자리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일자리의 ‘질’이 중요하다. 주마다 바뀌는 3교대 근무표,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의 수, 갖가지 시험과 인증 때문에 ‘사표를 품에 넣고 다니는’ 근무 환경이 간호사들의 경력단절과 실업의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기관 역시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의료기관에 세제 및 임금지원 혜택을 준다는 것이니, 어느 간호사가 “이제 취직 좀 해볼까”라며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정부가 잘못 생각하는거죠. 조건만 맞춰주고 취업만 알선해준다고 간호사들이 덜컥 돌아오는 게 아니예요. 병원쪽 일(인력)이라는 게 당근만 준다고 되는 건 아닌거죠. … 병원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간호사들은 많아요. 자리도 있어요. 그런데도 그만 두는 이유요? 급여와 처우죠. 이게 해결이 안되면 무슨 방법을 써도 현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지난해 정부가 ‘시간제 간호사 채용’ 계획을 밝히자 이를 취재중이던 기자에게 어느 간호사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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