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노인에게 특히 위험한 이유
술이 노인에게 특히 위험한 이유
  • 김석산 원장
  • admin@hkn24.com
  • 승인 2015.07.1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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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산 원장

우리 병원을 찾은 이모 씨(68세, 남)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음주를 즐겼다. 퇴직 후에는 할 일이 없어 끼니마다 술을 곁들였다. 자연히 음주시간이 길어지고 음주량도 늘어났고 가족들은 그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가족 간 불화는 더욱 커졌다.

가족들은 논의 끝에 이씨에게 ‘봉사활동이나 여가활동, 구직을 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지만, 그는 점점 고집이 세지고 분노를 조절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음주문제를 가족들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치료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60대 남성 노년층의 알코올 중독 진료 건수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알코올 정신장애’로 진료를 받은 60대 이상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536명에 이른다. 모든 연령 중 가장 많은 수치다.

60대 알코올 중독 남성 환자가 많은 이유는 젊었을 때부터 음주를 시작한 남성들이 오랜 기간 음주로 인해 쌓여있던 심신의 피해가 60대에 이르러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은퇴 이후 사회적 소속감이 서서히 줄어들고 여생을 보낼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음주를 즐기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가 60세 이상 노인 505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정기적인 음주를, 10명 중 1명은 1회 7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였다.

그러나 노인 알코올 중독 환자의 문제는 보통 수십 년 음주를 해왔지만 정작 자신이 중독에 빠졌다고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알코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환에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대표적으로 앓게 되는 질환이 알코올성 치매다. 지속적인 음주는 대뇌에 손상을 준다. 초기에는 건망증이 생기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방금 자신이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뇌신경 억제제인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과다 섭취할 경우, 뇌의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뇌 위축을 가져와 뇌가 쪼그라들 듯 작아지며 뇌 중앙에 위치한 뇌실이 넓어지면서 전반적인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한다.

이 경우 장기기억은 살아있는 반면 단기기억은 상대적으로 많이 손상을 입는다. 또 알코올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가장 먼저 손상돼 충동조절 장애 및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

특히 술로 인한 인격변화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부부사이에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균열을 만든다. 가족 역시 술 문제로 받은 상처 때문에 신뢰가 떨어지고 정신적 소진을 겪는다. 알코올 의존상태가 가족의 불화를 만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 뇌 기능 중 조절능력의 상실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환자와 가족이 인식하는 것이다. 즉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환자 스스로가 하루라도 빨리 술 없는 치료환경으로 들어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가족들이 노인음주를 보다 냉정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인 알코올 중독을 키울 뿐이다. 이들이 돌아갈 곳은 결국 가정이다. 건강한 가정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찾는 가장 중요한 시작이라는 뜻이다.

노년기 음주문제는 일정기간 절주나 금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나머지 인생을 단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는 술에 대한 생각, 습관, 일상생활, 인지행동이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가족의 염려만으로 스스로 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만으로는 절대 나아질 수 없다. 술에 취해 사는 노년은 건강악화와 피폐한 삶으로 삶의 질이 저하될 뿐이다. 술 마시지 않고 사는 노년생활을 배우는 것이 환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우선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다사랑중앙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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