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부’ 독립 요구 빗발치는 까닭은?
‘보건부’ 독립 요구 빗발치는 까닭은?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06.0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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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스 유행으로 병원계가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확진 환자(감염자)가 발생 혹은 경유한 병원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아직 환자가 없는 병원은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료 분야를 떼어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방역 당국이 메르스 확산 방지에 허술한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병·의원들을 지원할 방법 없이 일방적인 지시만 내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을 찾아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뒤이어 9일 전국의사총연합은 “보건에 있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컨트롤 타워의 중심에 있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보건부를 독립해 다시금 체계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원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보건부 독립 구성을 요구했다.

물론 보건부 독립은 하루아침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깝게는 2013년 의협의 집단 휴진 당시에도 ‘보건부 독립’이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었으며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보건부 분리의 목소리는 있어왔다.

정치권도 지난 18대 국회에서 복지부에 보건의료 담당 차관을 두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바뀌지도 않는 논쟁에 의료계가 열을 올리는 것일까. 우선 보건복지부 예산 중 보건의료 관련 예산의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5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전체 예산은 53조4000억원가량이다. 그러나 보건의료 예산은 4.3%인 2조2800억원가량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은 모두 복지분야에 있다. 

거기에 현임 문형표 장관 역시 경제학도 출신(미국 펜실베니아대 박사)에 연금 ‘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며 진영·임채민 전 장관은 법조인, 행정가 출신이다. 보건복지부 전체 인원 3000여명 중 보건의료 관련 인력은 1900명을 상회할 정도로 많지만 태반은 계약·특채·별정직으로 승진이 늦다. 보건의료 정책을 펼칠 만한 인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근 몇 년간 복지부가 의료인들에게 보여준 것은 의료계를 찍어누르는 정책 수행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영난 호소에도 개원가 대상의 차등수가제는 폐지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4대 중증질환 보장’으로 비급여 시·수술은 급여화 시켰지만 마땅한 보상책도 없는 상황이다.

보건소의 진료기능 확대, 예산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는 일차의료 시범사업, 원가 대비 70%대의 선택진료제 폐지 등이 겹쳐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하고는 동네 의원부터 중소병원까지 경영난에 허덕인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메르스 대응 과정은 보건부 독립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늦은 병원명 공개는 병원의 피해 예방을 위해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감염 의심자의 동선 파악에도 실패한 ‘컨트롤 타워’의 무능한 모습까지 보여준 것이다.

더욱이 병원들은 방역당국의 지시를 이행했음에도 환자수 감소와 ‘감염 공포’라는 악재를 만났으니 과연 어느 병·의원 혹은 의료인이 보건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겠나 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메르스 확산 방지라는 순수한 목적이 아닌 의료계 이익을 위한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보건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의료계가 정부의 정책에 휩쓸려 다니다 겪은 ‘억울함’을 생각했을 때, 이번 기회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들이 향후 벌어질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보건 전담 부서가 필요해 보임은 정부가 크게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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