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는 지난 2012년 처음 발견된 탓에 치료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 연구진이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폴리펩티드(아미노산 다중결합물) ‘HR2P-M2’를 얻어냈지만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선 진원생명과학이 최근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함께 DNA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이 수개월 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후보물질을 발견한 후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린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동물실험으로 치료제와 백신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효험이 있는 백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에게 ‘인터페론’ ‘리바비린’ ‘로피나비어’ 등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를 증상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해마다 백신이 공급되지만 메르스는 상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어서 개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에 속했다. 메르스는 첫 환자가 보고된 201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23개 국가에서 1167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희귀질환으로 분류됐었다.
메르스는 중동 이외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어 제약사 입장에선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 백신을 개발해야 할 이유도 없다.
어렵사리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러스가 통제 가능한 질병이 돼 개발에 쏟아 부은 시간과 비용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린 사례도 있다. 일련의 사례들은 제약사들이 메르스 백신 개발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백신 개발을 무조건 제약사 몫으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상업성이 적은 백신 개발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제약협회 이진승 부장은 “제약사가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백신 개발에 소극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치료나 의술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질병을 뒤따라간다. 질병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지금부터 정부의 지원 등 후속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