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낮춘 원격의료 시범사업
‘삶의 질’ 낮춘 원격의료 시범사업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05.25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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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결과가 나왔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가령 대도시 지역 같은 경우는 원격의료 이후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거든요. (중략) 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나오는 결과고, 이번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도시는 (의료기관과의) 접근성이 좋다보니 참가하시는 분들의 삶의 질이 조금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죠. 대도시 지역에서는 원격의료를 굳이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결과가 나온겁니다.”

헬스코리아뉴스가 얼마 전까지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에 참가한 한 연구원과 최근 나눈 통화 내용 중 일부다.

복지부가 지난 21일 6개월(2014년10월~2015년3월)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마치고 참여 환자들의 모니터링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설문결과가 공개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시범 사업이 원격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증명할 수 없거니와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조사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뒤이어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원협회, 심지어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서 시범사업에 대한 복지부 설문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연구결과 자체를 증명하기 어렵고, 치료효과, 즉 효용성을 밝히기에는 데이터가 빈약하며, 개인정보 보안 및 오진의 위험성을 내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만성질환자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어느 지역의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방법으로 모니터링 했는지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의명분만 앞세웠을 뿐, 구체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이다. 

▲ 복지부가 밝힌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기관 수.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밝힌 보도자료를 보면, 1단계 시범사업 시행 지역 중 의원급 의료기관은 도시가 12곳(대도시 5곳, 중소도시 7곳), 농어촌이 1곳이다. 보건기관은 서울시 송파구 1곳이 대도시이고, 나머지 강원 홍천·충북 보령·경북 영양·전남 신안 4곳이 농어촌 지역이다.

그리고 해당 연구원의 말을 되짚어보자. 도시 지역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한 결과, 삶의 질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는 그의 말은 외국의 사례에서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모니터링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는 곳에서 사업을 수행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즉, 연구의 신빙성과 안전성을 논하기 이전에 연구 내용 자체가 정당한 명분을 가지지 못했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향후 진행될 ‘동네의원 중심 원격 모니터링(2단계)’은 처음부터 농어촌 지역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에게도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연구를 강행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디테일(Detail)’을 풀어보면 자연스럽게 연구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과가 추론되는 상황.

물론 원격의료가 필요한 지역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도서 혹은 산간 지역 등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1시간 이상 걸리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보다 빠른 처치가 가능한 원격의료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환자에게 오히려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연구 방향을 정했을뿐더러 의사들과 사회 각계의 지적을 무시하면서까지 필요성 낮은 시범사업을 진행하려는 정부의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한 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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