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에 대해 “오류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보사연은 지난 3월30일 ‘2013년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를 통해“2024년부터 의사인력이 부족해지고 2030년에는 4267∼9960명이 모자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협은 3일 “최근 보사연이 발표한 자료는 연구 방법론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 보건의료인력과 관련된 정부정책의 기초자료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며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시각에서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는 등 국책 연구기관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적절치 못한 행태”라고 유감을 표했다.
의협은 먼저 보고서의 추계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적용한 ARIMA 모델은 1년 후 예측 등 주로 단기예측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모델로, 15년 이상의 중장기 기간을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협은 또 “의사수급 추계시 의사들의 근무일수를 255일과 265일로 설정했는데 이는 의료기관 개원의의 실제 근무일수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다수의 병의원들은 일요일 및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진료를 수행하고 있어 평균 근무일수는 300일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실제 근무일수를 대입한다면 2030년 의사공급은 과잉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즉 개원의들의 근무일수 반영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종별 데이터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의협은 또 “의료수요(질환 등)와 발생추이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과거 10년 동안의 수요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며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총량적인 수급추계 결과만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공급부족을 예상했지만 다른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공급과잉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OECD 국가의 의사밀도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의사밀도가 3위(9.86/km2)로 OECD 평균 4.25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데,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증가율(7.5%)에 비해 의사수 증가율(40%)이 약 5배 정도 높아 2020년에는 의사인력의 초공급과잉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의협은 이번 연구의 정식 보고서가 발간되면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심층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사인력이 과잉이거나 부족한 경우 모두 국가적인 자원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적이고 투명한 논의기구의 발족과 이를 통한 우리 현실에 맞는 모형개발과 인력수급 모니터링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인력총량과 의사 분포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혼선”이라며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등 지역 불균형 문제는 총량 정책으로 풀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와 의료인력 배치·활용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