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서울시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이 뭐길래
[이슈] 서울시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이 뭐길래
자원봉사 기반 응급상황 대비 시스템 … 서울시 “자발적 봉사일뿐” vs 의료계 “민간 자원 약탈”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3.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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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자원 약탈이다. (아이디어를) 구상한 공무원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파쇼적 발상이다.”

“군사 독재 시절 민간 자원을 국가가 마음대로 징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의료계가 최근 서울시에서 밝힌 ‘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재난 발생시 신속한 조치를 위해 주변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하는 내용의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이 정책이 ‘관치의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두고 벌어진 의료계와 서울시의 갈등의 원인을 짚어봤다. 

#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이란 = 서울시가 밝힌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은 한마디로 재난과 응급상황 등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취지다. 민간 의료진이나 전직 소방관, 중장비 등이 관청보다 근처에 있으면 위기 상황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자원을 전산망에 입력한 뒤 필요시 지원을 요청하고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반영한 통합관리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체화하고 민간자원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한 뒤 내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서울특별시의사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은 민간 자원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정책을 발상한 공무원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군사 독재 시절 민간 자원을 국가가 마음대로 징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또 “겉으로는 민간 중시, 거버넌스 정치를 입에 담으면서 실제 하는 모습은 민간의 자원을 공무원들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약탈하고 휘두르겠다는 말에 불과하다”며 “시정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스템 구축 계획이야말로 헌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전의총은 “응급환자나 재난발생 시 전문가의 신속한 대응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헌법에는 응급환자의 치료와 재난구호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계획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반강제적으로 민간인에게 떠넘기려는 몰염치한 파쇼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전혀 필요도 없는 도시형보건지소를 설립한다며 많은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데, 차라리 그 돈을 응급의료센터에 투입하고 상시 대기하고 있는 응급의료인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시스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 의료인들은 서울시의 시스템 구축과 관련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

# 서울시 “강제할 생각 없다 … 일종의 재능기부” = 서울시는 이같은 의료계의 반발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사실 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절대 참여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세간에 떠도는 주장들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을 만든 것(목적)은 응급상황 등에서 (구조·치료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재능기부의 성격”이라며 “이 제도는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가 어떻게 의사들을 강제할 수 있겠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 자체가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참여를 부탁한다는 내용인데, 의사들은 이를 강제동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또 등록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의사들이 해당 제도를) 의용소방대 같은 의미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발생시 지원에 나서는 의료진에게 혜택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제일 고민”이라며 “재능기부다 보니 그걸 하기가(혜택을 주기가) 힘들다. 다만 민간인이 참여할 경우 교육 등에 필요한 수당을 지불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현재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 의료계 “전체주의적 발상” =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며 의사들의 활동 참여가 악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의총 관계자는 “시에서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며 “(제도가 시행되면)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만약 참여가 없을 때는 의사들에게 핸디캡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가리킨다. 의료진이 위급한 환자에게 응급조치를 하다 발생한 손해및 사상과 관련, 처치자의 고의 혹은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 형사책임을 감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자발적이라고 하더라도 의료인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겠다는 것은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고, 선한 사마리아인 법(우측 용어설명 참조)이 있음에도 의사가 근무 시간 외에 응급의료에 나섰다가 보호를 못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대책 없이 재능기부 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자발적’이라는 말을 앞세워 (응급상황 지원을)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민주사회에서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봉사하겠다는 단체에게 직접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스템 구상이) 전체주의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원이 어려운 경우에는 도덕적 비난의 우려도 있을 수 있다”며 “만약 술을 마셔서 지원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왜 안나왔냐’라고 묻는다면 어떡하느냐. 직업 외적인 문제에 항상 ‘스탠바이’를 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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