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에서 이른바 ‘숙면법안’이 통과됐다.
숙면법안이란 의료진이 더 이상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연명치료만을 진행 중인 환자의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숙면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안이다.
18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한 숙면법안은 말기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숨질 수 있도록 하는 ‘안락사’ 법안이다.
하원은 이날 진정제 투여 안락사 법안에 대해 찬성 436표, 반대 34표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고 현지 주간지 렉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집권 사회당과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이 함께 마련한 이 법안은 생명이 얼마남지 않은 말기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환자 사망 때까지 진정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정제를 투여하는 환자에게는 인공호흡기 등 연명 치료, 음식 및 수분 공급을 모두 중단해 생명을 끊을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병이나 사고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게 됐을 경우에는 연명 치료를 거부한다고 적어 두었거나 그런 뜻을 밝혔다면 의사는 반드시 이에 따르도록 했다.
법안을 발의한 대중운동연합의 장 레오네티 의원은 “숙면법안 도입을 통해 더 이상의 의학적 치료가 무의미한 환자가 임종까지 깊고 지속적인 진정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며 “회생 불가능한 환자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을 통과한 숙면법안은 올 상반기 중 상원에서도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2005년부터 말기 환자에 한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나 안락사는 여전히 불법이었다.
그런가운데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고통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안락사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프랑스 내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은 이 법안이 ‘사실상 자살을 돕는 행위’라며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생명에 치명적 약물을 투입해 죽음을 선택하는 안락사 대신 여·야간 절충안이 나왔고, 이것이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인의 96%가 진정제 투여 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으며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등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된다.미국에서는 워싱턴, 오리건, 버몬트 등 3개 주에서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