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이기려면
의사가 이기려면
한방 비판에 앞서 국민 설득해야
  • 안명휘 기자
  • 승인 2015.01.23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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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규제기요틴 문제로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한방 건강보험 확대 부분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검진 및 판독능력 저하 등으로 인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인데, 물론 공감하는 국민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사들의 주장을 공감하지 못하는 국민들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한방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특유의 국민 정서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의사들이 더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약 58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달한다. 또 지난 2013년 한의원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급여 건수는 479만5275건으로, 65세 이상의 진료가 전체의 70%를 상회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태반이 한방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 조사자료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구간에서의 의료이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의 한방 입원 비율은 남성이 58.9%, 여성이 59.5%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역시 과반수가 넘는다.

노인 환자들의 한방 선호 경향은 의료현장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의사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몸이 너무 아프거나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는 병원을 찾지만 평소에는 한의학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병원에서 침도 놔주고 치료도 하면 좋겠다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의사도 “병원을 찾는 노령의 환자분들은 ‘물리치료도 좋지만 침을 맞거나 뜸을 놓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는데 허리 아픈 것이 싹 가셨다’, ‘의사선생도 허리 아플 때 한 번 가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행위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라뽀(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의료소비자인 국민을 설득하는 데 서툴다. 단순하게 말해 ‘의사들 머릿속에 지식이 많아서’다. 라뽀는 내 입장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만드는 것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일수록 질병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氣)’나 ‘혈(血)’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요즘 기가 허해서~” 또는 “소화가 안 될 때는 어느 어느 자리에 뜸을 뜨면 막힌 혈이 내려간다더라” 둥의 이야기다.

이런 말들을 의학적 또는 과학적이 아니라서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환자들과 공감할 수 없다. 한방을 비난하고 틀렸다고 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시키고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자기 이야기만 해왔다. 라뽀를 이야기하면서도 공감하기보다는 자기 주장 내세우는 데 급급했다. ‘토론을 하고 대안을 찾자’고 말하면서도 토론이 아닌 공청회나 발표회를 해왔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리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의 모습이 강했다. 자연스레 국민들로부터 ‘자기밖에 모르는 의사’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도록, 상대가 나에게 힘을 실어주도록 하는 방법은 특별할 것이 없다.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주고, 함께 고민을 나누다보면 자연스레 내 편이 된다.

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것은 ‘국민을 내 식구로 만드는 것’이다. 정책을 바꾸는 것도 국민이고 법을 바꾸는 것도 국민이다. 내 눈높이가 아닌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내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받아들인다면 내 식구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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