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시작과 끝, 자른다고 끝나지 않는다
의료의 시작과 끝, 자른다고 끝나지 않는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 들어야 하고, 의사는 소비자 설득해야
  • 안명휘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1.19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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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규제기본법 제 23조는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의 심사·정비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규제개혁위원회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규제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추진 방안에는 의료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한방 건강보험 확대 ▲카이로프랙틱 자격 신설 ▲비의료인에 의한 예술문신 허용 ▲미용기기분류 신설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규제개혁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 기요틴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2000년 의약분업보다 수십 배 이상 의료주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규제기요틴을 창조경제, 경제혁신의 지름길,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 국부창출 등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분야의 모든 규제기요틴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 대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챙겨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규제 개혁에 ‘단두대(guillotine)’라는 살벌한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정부가 이만큼 규제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제적인 설득력이나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도 못하고 단두대라는 살벌한 단어를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을 통틀어 규제를 만드는 것도 정부고 그 규제를 다시 잘라내는 것도 정부다. 정부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을 때 분야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규제개혁위원회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했을까? 외형상으로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개혁위원회는 위원장 2명을 포함 경제분과와 행정사회분과 위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 등 총 20명이상 2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경제분과와 행정사회분과위원 중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심지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 중 기획재정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은 있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없다. 모두가 경제, 경영, 행정, 금융, 회계전문가들이다.

▲ 규제개혁위원회 구성 소개(출처=규제개혁위원회 홈페이지)

국민의 건강,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있나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 민족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규제개혁위원회는 경제전문가, 경영전문가, 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결정만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려 들고 있다.

의료규제 개혁은 신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양적팽창만을 생각하는 후진적 발상을 하고 있다. 진정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정부와 복지부는 양적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

문제는 의사에게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의료계에 대한 규제 혹은 개혁의 칼을 뽑아들 때 의사들은 정부를 설득하려고만 했지 정작 의료 소비자인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굳이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처럼 거창하게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의료의 주인은 국민이다. 규제나 개혁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반대하면 아무리 큰 힘을 가진 권력기관도 어쩌지 못한다.


▲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원격의료반대 홍보영상

의료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진다.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것은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의료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의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계를 개혁하려 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의료계가 무자비한 기요틴을 상대로 ‘국민의 목’을 지켜내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수익모델이 중요한 것인지 국민의 건강이 더 중요한지는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의사는 의료소비자를 설득하고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꼭 들어야만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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