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의·정 갈등 지속될 듯
새해에도 의·정 갈등 지속될 듯
정부 규제개혁 과제 의사들 자존심과 직결 … 의사협회 등 의료계 대정부 투쟁 예고
  • 임도이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1.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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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사업 등 의료영리화사업에 반발하면서 의·정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노환규 전 회장의 집행부 주도로 동네병원 의사들이 14년 만에 집단휴진을 하는 등 사회적 혼란과 진통이 컸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 불참속에 독자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확대도 추진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정책을 ‘의료 영리화’ 정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원격의료 등 투자활성화 정책은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동네의원을 고사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괴담’으로 일축했다. 오히려 의료 세계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그런가운데 정부가 연말에 발표한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 합동 회의’ 결과는 가뜩이나 꼬인 의·정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장, 병원 수익 개선” vs “호텔·수영장 운영 병원은 영리기업일 뿐”

박근혜 정부 집권 첫해인 지난 2013년 말 정부는 제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하고 더 많은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들이 수익성을 개선해 국민에게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 병원들이 부대사업을 하면 스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30년 넘게 고수한 저수가 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 노력 없이 정부가 ‘영업 활동’에 뛰어들라고 강요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2013년 10월 입법예고한 환자와 의사간 원격진료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결국, 시설 좋은 병원에만 환자가 몰려들고 의료비는 폭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시중에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으로 맹장수술을 하는 데 1500만원이 들 것’이라는 괴담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깨는 의료영리화·민영화 정책은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의료계의 불만과 보건의료시민단체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았다.  

14년 만의 의사 집단휴진 … 두 차례 의정 합의는 결국 파행

정부가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대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는 집단행동으로 맞섰다.

의사협회는 지난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의협은 연초부터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의협은 집단휴진 찬반 투표를 실시해 76%의 찬성률로, 지난해 3월 10일 개원의를 중심으로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2000년 대규모 집단 휴업 사태 이후 14년 만의 첫 파업 사태다. 이 일로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되는 처지에 놓였다. 

▲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지난해 3월 집단 휴진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읽고 있다.
집단휴진 후 정부와 의협은 다시 협의체를 꾸려 협상을 벌였다. 협상결과, 6개월간 공동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건강보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료계 의견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등 다른 의료단체를 배제한 채 이뤄진 2차 의정 협의결과는 1차 의정합의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협은 의협대로 내부 갈등에 빠져들었고, 결국 정부와 함께 시행하기로 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사업결과가 나오더라도 의료계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지난 11월 기준 의원 6곳, 보건소 5곳에 불과하다.

논란만 키운 중국계 영리병원 산얼병원 …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의사비율 삭제 반발 불러

지난해 9월에는 중국자본이 제주도에 설립하려던 영리병원인 산얼병원 승인 불허 결정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정부는 산얼병원의 설립을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신청 당시부터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산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으로 올려 불필요한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외국인의사 비율을 삭제한 것도 의료계와 보건의료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정부는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규제 완화는 의료계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반대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의료 영리화 논란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의사협회 “규제기요틴, 절대 수용 못해 …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전면투쟁까지 고려”

구랍 28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 합동 회의’ 결과는 기름위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됐다.

이 회의에서는 정부는 모두 114건의 규제를 풀기로 했다. 이 중 보건의료 분야는 ▲서비스산업기본법 조속 제정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4대 보험료 연체금 산정방식 개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가 등 10여개다.

이 가운데 의료계가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항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과 ‘비의료인의 문신행위·카이로프랙틱 행위 허용’이다. 

▲ 추무진 의협 회장이 구랍 31일 브리핑에서 향후 투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위법한 의료행위’에 속한다. 환자의 치료시기를 지연시켜 국민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국가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비의료인에게 문신행위·카이로프랙틱 행위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며 ‘규제 기요틴’ 조치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구랍 31일 긴급 브리핑에서 “규제 기요틴이라는 이상한 잣대를 통해 정부가 앞장서서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사의 고유 영역을 침해, 간섭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하려한다”며 “정부가 의료계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전국 11만 의사들의 전면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기획재정부가 구랍 22일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놓은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도 의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료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개혁 과제는 대부분 의사들의 자존심과 직결된 메가톤급이어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귀착될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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