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신년사설] 보건의료산업에 희망주는 새해 되어야
[2015 신년사설] 보건의료산업에 희망주는 새해 되어야
끝없는 갈등구도, 에너지 낭비 … 역량 하나로 모아 글로벌 경쟁력 높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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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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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乙未年) 새해에도 보건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양처럼 순하게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해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올해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익률은 뚝뚝 떨어지는데,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보건의료계와 기업들에게 위기감을 조장하는 ‘기요틴’(guillotine 단두대)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우선 제약업계는 오는 3월부터 한미FTA 시행에 따른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묶여 ‘밥줄’이나 다름없던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대신 도입한 ‘처방·조제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 제약업계의 발목을 잡을 게 확실하다. 여기에 정부의 불법 리베이트 처벌 수위는 해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제약기업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들은 제약업계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속전속결로 실행에 옮겨졌다. 어떻게 보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꺼내든 정부 정책들이 당근책보다 채찍 일색이다. 물론 오리지널 특허권을 최초로 무력화시킨 제네릭에 1년간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권’(제네릭 독점권)이나, 혁신형 제약사 선정 등 나름의 보완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네릭 독점권은 연구력이 있는 일부 상위 또는 중견 제약사에게 혜택을 주는 편파적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고, 혁신형 제약사는 ‘빛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품 R&D라는 것이 한두 푼 투자해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토로다. 정부의 독려속에 어렵게 어렵게 국산 신약을 개발해도 보험약값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다보니, 차라리 비용부담 없는 제네릭을 개발하는 것이 속편하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안팎에서 ‘R&D 투자=희망’이라는 인식보다 ‘R&D는 곧 절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한미약품, LG생명과학, 일양약품 등 신약개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약기업들이 왜 하나같이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모두가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책을 믿고 R&D 투자에 올인했을 터이지만, 돌아온 것은 매출부진과 이익률 하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R&D 투자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미약품은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0% 이상 떨어졌고, LG생명과학은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중견제약사인 일양약품은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 등 신약을 2개나 개발하고도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81.85%나 줄어드는 등 극심한 자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말을 믿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말이 안나오는 것이 다행이다. 

의료계라고 해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동네병원 의사들은 전공을 뛰어넘어 비급여 진료에까지 발벗고 나서야 그나마 연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악화돼 있다고 말한다. 존경받아야 할 직업이지만, 제약회사에서 불법 리베이트나 받는 파렴치한 집단인 것처럼 매도되고 있는 것도 오늘날 의료계가 처한 현실이다.

여기에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정책과 규제개선(규제 기요틴) 조치들도 자본력이 약한 개원가에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원격의료와 대형병원 자법인 허용 같은 의료영리화 정책들은 의료를 끝없는 경쟁구도로 몰아 1차 의료를 파탄으로 내몰 것으로 개원 의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찌감치 “정부의 규제 기요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구랍 31일 “정부가 ‘규제 기요틴’이라는 이상한 잣대를 통해 앞장서서 비의료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사의 고유 영역을 침해, 간섭하는 비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 불수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협의 이같은 방침은 올 한해도 의·정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양자간 갈등이 고조되면 될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기 쉽다. 

물론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드시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은 큰 틀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소통없이 밀어붙이는 정책의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제약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적어도 과거에 관행처럼 제공되었던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불법 리베이트에 눈감아 왔던 것은 정부다. 그런 정부가 뒤늦게 케케묵은 고래적 악습까지 끄집어 내어 제약업계 전체를 쑥대밭처럼 파헤치고 있다. 그것도 숨돌릴틈없이 몰아붙이는 꼴이니, 제약업계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의료계에 대한 개혁 역시 개원가 의사들을 설득하면서 1차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반발이 적다. 지금처럼 규제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어 약물의 선택권까지 빼앗아버리는(대체조제 활성화) 정책은 위험천만하다.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강행하는 정책인 탓에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성공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본지는 지난해 신년사설에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부디 올해는 소통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한국보건의료산업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고,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끝없는 갈등구도는 그나마 가진 에너지마저 낭비할 뿐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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