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요틴, 의료계 목소리 단칼에 자르나
규제 기요틴, 의료계 목소리 단칼에 자르나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4.12.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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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28일 경제단체·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규제 완화를 위한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 합동회의’를 열고, 지난 11월 경제단체들이 제기한 153건의 규제 완화 요청 중 114건을 규제 폐지(조건부 완화 포함)하기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 중 보건복지 분야의 규제로 언급된 상당수는 의료계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가 29일 발표한 ‘규제기요틴’ 조치 시행 후 기대효과 중 일부

먼저 환자-의사 간 원격진료는 온라인 의료정보시장 창출 및 의료소외지역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물론, 여러 시민단체까지 나서 원격진료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의료민영화’의 수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개원가는 원격진료가 허용될 경우, 동네병원은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시장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돈 없는 서민은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의료기관 진료기록 관리·보관의 편의성 제고방안’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개인의 의료정보는 네트워크 상으로 전송할 수 없도록 별도의 서버에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를 특정서버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클라우드(Cloud)’ 서비스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원격진료를 통해 나오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특정 의료기관이 보관하지 않고, 개인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공감하나, 정보 유출시 책임 소재를 해당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 IT 전문가들 사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성 논란이 일고 있는 와중에, 마땅한 대비책 없이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세간의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의료민영화 논란의 중심에 섰던 메디텔 설립기준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도 규제 철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메디텔 설립과 영리병원, 서비스기본법은 모두 의료를 지나치게 ‘산업’으로만 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조항들이다.

한 정책을 단면에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격진료도, 진료기록 관리 편의성 제고도 분명히 상황에 따라 바람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 실패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는지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해야만 한다. 그 피해는 정부가 아닌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시범사업 모니터링의 결과가 아직 3개월이나 남았을뿐더러,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증명되지 않은 사업’인 ‘원격진료’, 클라우드 계정 해킹으로 미국 여배우의 누드사진이 공개되면서 보안성 논란이 일고 있는 ‘클라우드 의료기록 관리 방안’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정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요틴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많은 사람들의 목을 쉽게 자르기 위해 만들어진 사형기구다. 왕정시대도 아닌마당에 규제 철폐에 이 무시무시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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