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이르면 내년부터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허용키로 했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수년간 다른 정부기관들과 협력해 헌혈금지정책과 연관된 과학적 증거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동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도 성관계 이후 1년이 지나면 헌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983년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헌혈을 금지한지 31년만이다. 미국은 에이즈가 창궐한 1983년부터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을 금지해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FDA는 내년 초 새로운 헌혈정책 개요를 만들고, 유예 기간을 거쳐 새로운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다.
FDA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동성애차별반대연합(GLAAD)은 “FDA의 정책 변화는 역사에 남을 만한 결정”이라면서도 “여전히 성정체성을 빌미로 다수 동성애·양성애자 남성을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년간 제한 기간을 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FDA가 헌혈 허용을 하는데 1년이라는 제한을 두는 것은 혈액 검사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원인 바이러스인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B형 간염을 적발하는 데 각각 평균 2∼4주와 2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적십자사와 혈액센터는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금지에 의학·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영국·호주·스페인 등도 최근 수년간 동성애자 남성의 헌혈을 허용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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