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 생체리듬을 잡아라
신약개발? … 생체리듬을 잡아라
만병 근원은 일주기 리듬 교란 때문 … 해외 제약사들 ‘맞춤 치료’ 연구까지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2.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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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기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을 약물로 맞추는 일명 ‘리듬 질환 치료제’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주기 생체리듬은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낮과 밤의 환경에 맞춰 진화적으로 적응하는 주기성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수면-각성 주기, 호르몬 분비, 섭식 행동 및 혈압, 체온조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유전자를 통해 일종의 ‘분자 진자운동’을 하는데, 이를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동기화시켜 각각의 생명체가 ‘때에 맞는’ 리듬을 형성하는 것이다.

일주기 생체리듬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파리의 리듬을 관장하는 Period 유전자의 발견부터지만, 획기적인 발전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뇌의 역할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중추 생체시계가 뇌 시상하부의 시신경 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에 존재한다는 것을 비롯, 고등동물의 생체리듬이 유전자가 구성하는 분자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일주기 생체리듬 조절 시스템 및 분자 생체시계 흐름도<출처=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이후 연구자들은 뇌뿐만 아니라 각각의 유전자들이 핵심전사들과 그에 대한 저해 유전자들이 전사-해독 단계를 반복하며, 이 유전자들이 각 기관의 리듬을 만들고 ‘생체시계’를 맞춘다는 점 및 생체시계가 교란될 때 많은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리듬 흐트러지면 … 수면장애에 암 유발까지

그렇다면 일주기 생체리듬이 망가지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연구자들에 따르면, 생체리듬은 정상적인 신체를 위한 ‘범용 조절도구’인 탓에 리듬이 교란되면 수면장애나 피로증후군을 시작으로 비만·당뇨 등의 대사질환, 심혈관질환, 류마티스, 치매, 정신장애까지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생체리듬 교란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다.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는 유전적 혹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생체시계에 교란이 일어날 때 생기는 증상이다. 특히 불면증과 과수면 환자 중 10~40%가량은 일주기 리듬장애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말이다.

2011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생체시계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는 정상생쥐에 비해 비렘수면이 늘었으며, SCN을 파괴한 동물은 수면 패턴의 변화와 수면시 발생하는 델타파가 제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생체시계가 ‘잠의 질’을 유지하고 수면 장애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 사진=포토애플/메디포토

암 역시 일주기 리듬의 교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세포 증식에 필수임과 동시에 종양 생성에 관여하는 세포주기 조절인자가 생체시계의 제어를 받기 때문이다.

암 치료 환자의 대부분은 심각한 일주기 리듬의 교란이 발생하는데, 치료중 수면-각성 주기를 명확히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예후를 보였다는 2001년 콜로라도대의 연구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도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BMAL1 및 PER2 유전자가 없는 생쥐들이 종양을 유발하는 자극에도 더 민감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수면장애나 피로증후군으로 인한 심장마비, 대사질환(당뇨 · 비만 등), 정신질환(우울증 · 조울증 ·  불안장애 · 계절성 기분장애) 등이 생체시계의 교란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리듬 맞추는 치료 … 매출도 꾸준히 증가

이같은 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등장한 것이 생체리듬을 약물로 맞추는 ‘리듬 질환 치료제’다. 특히 해외 제약사들은 현대인들이 리듬 교란으로 겪는 각종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및 임상시험을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관련 치료제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손기훈 교수는 “수면장애로 대표되는 리듬 질환 치료제는 최근 신약 시장 전반에 걸쳐 대두되고 있는 ‘삶의 질 향상 치료제 시장’의 대표적인 예”라며 현재 승인·판매 중인 몇몇 제품을 소개했다.

▲ Venda사의 Hetlioz<출처=Vanda Pharmaceuticals Inc>.

손 교수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Somaxon사의 Silenor, Vanda사의 Hetlioz, Merck사의 Belsomra 등은 불면증·일주기 리듬 장애에 대한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출시된 일본 Takeda의 Rozerem은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2007년까지 1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멜라토닌 수용체의 작용을 돕는 Vanda의 Hetlioz는 2018년 기준 2억9500만달러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손 교수는 내다봤다.

손 교수는 “과거 불면증 치료제가 우울증이나 중독, 내성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었던 만큼,  멜라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최근의 수면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표적 치료제’ … “학문·경제적 성장세 가파르다”

손 교수는 또 현재의 치료제 수준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개개인의 생체시계에 필요한 제어 화합물을 통한 ‘표적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0년 분자 생체시계 보조고리의 핵심 조절인자인 REV-ERBα의 구조가 규명된 이후 주요 생체시계 단백질의 구조가 밝혀졌고, 필요한 기관과 유전자만 ‘정상화’할 수 있는 화합물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 일주기 분자 생체시계 제어 화합물 개발 현황<출처=분자세포생물학회>.

이후 2013년 Merck사, Novatis 및 미국 솔크 연구소는 몇몇 인산화 요소의 저해제 혹은 활성제를 이용해 분자 생체시계의 주기 및 진폭을 제어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는 등 해당 분야의 연구가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일주기 리듬과 분자 생체시계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시작된 지는 겨우 20년 남짓이지만 그 파급력으로 말미암아, 본 분야의 학문·경제적 성장세는 의과학의 어떤 분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가파르다”며 “특히 일주기 리듬 질환이 현대 사회의 경제·사회·기술적 환경 변화로 인해 증가하고 있어 신약 개발의 큰 잠재성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멜라토닌은 수면 보조제나 시차 증후군 완화를 위한 보조제 정도로 인식했다”며 “분자 생체시계의 발견 이후 이뤄진 심도깊은 연구 결과는 향후 뇌, 대사, 심혈관, 면역, 종양 질환 등의 주요 치료 전략 혹은 기존 치료제의 보조 역할을 가진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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