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은 환자에게 무엇인가? … 외과-내과 격돌
협진은 환자에게 무엇인가? … 외과-내과 격돌
유럽 가이드라인 해석 각각 … "고시 철회해야" vs "협진은 필수"
  • 송연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2.0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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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심혈관 스텐트 협진 의무화 규정을 둘러싼 논란에서 순환기내과(심장내과)측과 흉부외과측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동일하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에 대한 양측의 관점은 전혀 다르다. 심장내과측은 흉부외과와의 협진이 위급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흉부외과는 협진을 의무화해야 환자의 선택권(스텐트 시술 혹은 관상동맥우회로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안에 대한 양측의 분석 역시 사뭇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협진 의무 고시개정안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후, 양측 의료진이 각각 모인 자리에서는 이 같은 이견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심장학회 “유럽 가이드라인, 협진 강요 안해”
흉부외과학회 “사실 아니다, 협진 필요성 강조”

▲ 28일 대한심장학회 기자간담회
그동안 복지부가 유럽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을 잘못 해석해 협진을 의무화했다고 주장한 대한심장학회(심장내과측)는 지난달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심장학회의 2014년 가이드라인이 좌주관동맥질환의 스텐트 시술에 대해 신택스(SYNTAX) 22점 이하에서는 Class1 LevelB, 신택스 23~32점에서는 Class 2A를 권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복지부 고시는 모든 좌주관상동맥과 다혈관질환에 LevelC의 ‘협진’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럽 가이드라인은 기관의 진료지침(협진 포함)으로 환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권고한다는 게 심장학회의 설명이다.

반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흉부외과측)는 좌주관동맥질환과 다혈관질환에 대해 관상동맥우회로술(수술)을 최고 등급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텐트 시술의 등급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관상동맥우회로술에 대한 권고 등급은 Class1의 LevelA~B다.

임상현 아주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관상동맥연구회 컨퍼런스에서 “관상동맥우회로술은 Class1 등급이며, 이는 ‘해야 한다’는 뜻이다. Class 2A~B로 갈수록 권고단계가 낮아진다”며 “이 같은 내용은 국내의 내과의료진이 정리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표준진료권고안’에도 나와 있다. 좌주 관상동맥과 다혈관질환에 대해 국내 내과의료진은 관상동맥우회로술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심장내과는 유럽심장학회가 201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협진을 권고했다가 2014년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이를 제외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2014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다중혈관질환에 대해 심장통합진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오히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장학회 “흉부외과 없어도 스텐트 예후 좋다”
흉부외과학회 “수술이 시술보다 사망률 및 재수술률 우월”

협진의 필요 유무에 대해 양측이 내놓는 근거 역시 다르다. 심장학회는 외국 데이터를 토대로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에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도 환자 예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접근성 측면에서 우월한 결과를 나타낸다고 피력하고 있다.

올해 10월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된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과 있는 병원에서의 스텐트 삽입술 시행 환자 1년 추적관찰’ 결과,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과 있는 병원간의 사망률 및 시술 관련 합병증, 급성심근경색 재발 등의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흉부외과가 없는 병원에서 시술할 경우 시술시간을 약 90분 단축시켰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2012년 3월 신영국의학저널에 발표된 ‘스텐트 삽입술 시행 후 각 병원의 흉부외과 유무에 따른 환자 예후 비교’결과, 흉부외과가 있는 병원과 없는 병원에서의 사망률(6주째) 및 주요심장사건 발생비율(9주째)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 28일 관상동맥연구회 2014 컨퍼런스
반면, 흉부외과학회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이 스텐트 시술보다 사망률 및 재수술률에서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신택스 연구결과, 허혈성심장질환에서 스텐트 시술의 사망률은 14.6%인데 반해 관상동맥우회로술은 9.2% 였으며, 심근경색 발생률도 스텐트는 10.5%, 관상동맥우회로술은 3.3% 였다. 추후 재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관상동맥우회로술(12.5%)은 스텐트(25.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김기봉 서울의대 흉부외과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들은 수술을 할만한 복잡한 환자들이 제외됐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 결과, 5년 경과 후 스텐트 그룹의 사망률이 5%, 심근경색 7%, 재수술률이 13% 높았다”며 “관상동맥우회로술이 이러한 환자 치료에 원칙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만약 환자들이 수술(관상동맥우회로술)이 5년 생존율을 5% 이상 높여준다는 걸 알게 되면 수술을 이해하고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환자와 수술 가능성에 대해 상의하지 않는 것은 환자가 무시되는 것이다. 때문에 흉부외과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스텐트를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트팀 협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치의 결정에 의해 곧바로 스텐트 시술을 받아, 수술을 고려할 수조차 없다는 게 흉부외과의 주장이다.

임상현 교수는 “스텐트 시술의 문제는 진단하는 의사가 본인 판단하에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국내 내과학회 자체 권고안 및 미국과 유럽의 권고안과 상관없는 자의적인 수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병원, 준종합병원 등 흉부외과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스텐트에 대한 질 관리 및 시술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텐트 시술은 수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이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2013년 치료현황을 보면 심평원에 스텐트 청구율은 6만9000건, 5만4000명이다. 심평원에 청구되지 않은 건도 2~3만건 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관상동맥우회로술은 3000건에 불과하다. 비급여 행위로 심평원에 집계되지 않는 스텐트를 포함하면 스텐트과 관상동맥우회로술의 비율은 30 대 1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심장학회 “협진으로 응급환자 위험”
흉부외과학회 “응급환자는 협진 대상 아냐”

응급 환자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협진을 의무화하면 치료가 지체돼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며, 고시개정안은 응급환자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심장학회의 지적이다.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이번 고시안을 반대한 이유는 심장환자는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라며 “걸어서 병원에 왔지만 그 자리에서 스텐트 시술을 안하면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 보호자 사인 없어도 그냥 스텐트 삽입술을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흉부외과학회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는 고시의 협진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흉부외과학회는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응급환자는 협진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협진은 혈역학적으로 안정적인 환자에서 그것도 특별한 병변을 가진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흉부외과 의사와의 협진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행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장학회 “고시 철회”
흉부외과학회 “협진은 심장내과 의사의 안전 도모하는 정책”

이제 남은 건 유예기간 후의 방침을 정할 재논의. 유예되는 과정에서 협진을 추진했던 복지부 중중질환보장팀 정영기 과장이 보건산업정책과 산하 메디컬코리아 팀장으로 발령되고, 보험급여과가 새롭게 맡아 협진 논의는 전환점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심장학회는 협진 의무화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진 의무에 대한 유럽심장학회의 공식 의견을 회신 받았다. 유럽심장학회의 의견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불안정 협심증 포함), 심인성 쇼크와 같은 급성환자의 경우 환자의 빠른 치료를 위해 심장팀의 의사결정 과정은 필요치 않다 ▲심장팀을 권장할만한 근거자료는 불충분하며 각 병원이나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심장팀 최종 결정은 환자를 책임 지는 담당 주치의가 해야 한다 ▲심장팀이 규제나 진료비 지급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등이다.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유럽심장학회의 회신이 잘 와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시 유예와 복지부 담당자 교체에도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는 흉부외과학회지만, 유예기간 후 협진 취지를 잘 살리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개토론회를 통한 논의를 제안하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선경 이사장은 “대한민국 스텐트 삽입술과 관상동맥우회로술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다만, 각 환자에게 어떤 게 더 필요한지 설명돼야 한다. 고시안은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지정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정보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 이사장은 “환자에게 설명의 의무를 다했는지, 환자가 자유의지를 갖고 선택(시술 혹은 수술)할 수 있었는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백업장치를 가진 주의의무를 다했는가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협진은 심장내과 의사의 안전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협진을 통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예된 건 의사의 책임이다. 양측은 어떻게 시행할지 논의했어야 했다. 그래서 앞으로 준비과정이 중요하다. 공개적으로 복지부 중재하에 관계 의료진 및 언론을 모시로 공개토론회를 열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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