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학용어를 정립하고 신경병리학, 소아병리학 진료분야를 개척한 지제근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26일 오전 11시 별세했다. 향년 76세.
고인은 196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던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의대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병리과 전공의, 신경병리학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의대에서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재직하다 1976년 서울의대 조교수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병리학은 분야별로 세분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인의 귀국은 불모지였던 국내 병리학계가 분야별 전문성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또 국내 소아병리학 정립에도 헌신했다. 국내 자체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배아 및 태아의 형태발달을 연구한 논문을 1989년 처음 발표한 데 이어 인체 발생과 관련된 저서들을 잇따라 출간했다. 당시 국내 여러 의과대학 학생들은 물론 전국의 신경외과, 신경과, 소아과 임상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경병리학 강의는 고인의 몫이었다.
이 같은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2014년까지 SCI(과학논문색인)급 논문 850편을 포함해 총 120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의학·과학기술용어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용어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과학기술용어집과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등의 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결과로 2006년에는 의학용어 큰사전을 출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병리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장, 대한의사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초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서훈 받았다.
대한의학회 김동익 회장은 “오늘 우리는 의학계의 큰 보배를 잃었지만, 고인의 발자취는 후학들이 두고 두고 되새겨 볼만한 큰 가르침과 교훈이 될 것”이라며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미나씨와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은 29일 오전 7시.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