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비상경영에 병원근로자 ‘한숨’
대형병원 비상경영에 병원근로자 ‘한숨’
토요진료 · 인력감축 등 허리띠 조이기 …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이직 고민”
  • 배지영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1.03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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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5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임의 A씨는 요즘 근심이 많다. 병원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면서 토요진료에 나서고 있고 주야 구분 없이 진료시간도 늘어나면서 개인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A씨는 이직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3대 비급여 개선, 선택진료비 감소 등 제도 개선과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대학병원들이 허리띠를 질끈 졸라매며 비상경영을 선포하자 병원 근로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병원들은 늘어나는 인건비와 교수들의 부족한 외래 진료시간, 신규환자(초진) 감소 등을 이유로 토요진료 실시 등을 경영여건 개선의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의료기관이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휴일 근무수당 지급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 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A대학병원 피부과의 한 교수는 “경영진에서 워낙 강하게 압박을 해 어쩔 수 없이 토요진료에 나서고 있다”며 “그나마 나는 교수 신분이니 적은 수당이라도 주기는 하지만 펠로우들의 경우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정형외과의 한 교수도 “대형병원들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초진환자 증가밖에 없다”며 “너도나도 토요진료를 실시하는 것은 결국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B대학병원 간호부장은 “다들 토요진료로 의사들이 힘들겠다고 말을 하지만 더 피해를 보는 쪽은 간호사들과 의료기사들”이라며 “대다수 간호사들과 의료기사들이 별다른 수당도 없이 주말을 헌납한 채 병원에 출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대형병원들은 교수 보직수당 삭감, 정규직 채용 최소화 등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서울 소재 C대학병원의 경우, 올해 간호사와 의료기사 채용을 평상시의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꼭 필요한 인원만 우선 채용한 뒤 필요에 따라 상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D대학병원은 벌써부터 내부적으로 교수들에게 송년회 및 신년회를 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D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병원 차원에서 매년 열었던 교수 송년회도 취소되고 직원들에게 매년 제공됐던 연말 보너스도 올해는 지급되지 못할 것 같다”며 “불안정한 미래를 직관한 병원의 긴축재정 정책이라고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까지 떨어져 걱정이다. 벌써부터 종합병원으로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 본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의료기관들은 혁신적인 수가개선이 없는 한, 지금 같은 비상경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대학병원 병원장은 “수익악화로 경영진이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내 대에서 이런 비극을 끝낼 수 있다면 감내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계속 물려줄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병원계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들 중 3.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병원에서도 인력 감축과 비용의 절감 쪽으로 틀을 잡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은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자리도 점점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에 물과 비료를 주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이 자꾸 들어간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수가를 깎는 쪽으로만 해석하고 있다”며 “먼 장래를 보고 의료계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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