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알루론산(HA) 필러 생산업체 대다수가 현행법을 어기고 허가된 범위 이상의 시술을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범위를 넘어선 시술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아 수익을 위해 국민건강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HA필러 시술 뒤 시력 소실, 혹은 저하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사례가 소개된 뒤 다국적제약사인 갈더마, 국내 제약업체인 휴온스가 부작용의 원인으로 지적된 눈 주위 및 미간부위 사용을 권장하는 홈페이지와 블로그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갈더마·휴온스, 실명 부작용 필러 시술법 직접 홍보]
갈더마와 휴온스는 각각 자사제품인 ‘레스틸렌’의 공식 블로그와 ‘엘라비에’의 브랜드 홈페이지에 눈 주위, 혹은 미간부위에 필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갈더마의 경우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는 행사에서 연예인 사진을 이용해 ‘눈가, 눈밑·애교살·눈물고랑에 필러 시술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필러 부작용을 문제 삼자 “비정상적인 용도로의 사용 실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 허가된 필러 제품의 경우 2008년12월부터 눈 주위 및 미간부위 사용과 혈관 내 주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본지 조사 결과 갈더마와 휴온스 외에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슷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다국적제약사인 앨러간의 경우 자사제품인 ‘쥬비덤’의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쥬비덤 볼벨라 with 리도카인를 소개하면서 ‘미간주름, 눈가·눈물고랑’에 자사 제품이 시술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독(옛 한독약품)에서 수입·판매중인 필러 ‘스컬트라’도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관자놀이, 눈물고랑’ 부위의 시술을 추천했다.
국산 제품들도 이같은 행태는 다르지 않았다.
LG생명과학은 자사 제품인 ‘이부아르’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간주름·까치주름·눈가주름’을 주요 필러 시술 부위로 소개하며 ‘각 부위에 적합한 필러를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아니지만, 타 블로거를 이용한 마케팅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한 블로거는 LG생명과학의 ‘이부아르 하이드로’가 ‘동안 필러’라며 ‘미간, 눈가의 주름 완화에 탁월’이라고 소개하는 내용의 행사를 2012년7월 블로그에 올렸다. 이 행사는 연예인인 이승연이 참가하는 ‘이브아르 뷰티 토크쇼’라는 행사였다.
문제는 이 글이 블로거가 개인적으로 참가해서 제작한 내용이 아니라 업체로부터 지원받아 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글에는 ‘LG생명과학으로부터 제품 및 고료를 지원받아 제작된 콘텐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MR(영업사원)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간 및 눈가 주위의 시술을 권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자신을 휴온스 MR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J씨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8월11일 올린 글을 통해 ‘엘라비에는 눈밑 애교살부터 팔자주름, 이마, 볼, 콧대라인까지 다양한 부위별 시술이 가능한 필러’라고 명기했다.
이처럼 사용이 금지된 내용의 시술내용을 소개하는 업체들의 행태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상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확인된 것은 내부 검토 후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기법에 대한 사항이라면 바로 (조치가) 나갈 수 있고, 개인에 대한 것이나 웹사이트를 차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요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를 식약처에서 모두 책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모니터링 담당자가 본청에 1명, 각 지방청에 1명 정도만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식약처는 1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표현을 거르기 위해 홈페이지를 등록할 때 관련 단체에 광고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휴온스 홈페이지의 경우 관련 심의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돼 광고심의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동익 의원은 15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식약처가 복지부동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필러 부작용을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허가사항 외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수집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말했다.
최 의원은 또 “식약처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필러 제조·수입업체들이 병·의원에 불법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식약처는 이러한 사실 또한 모르고 있었다”며 “업체에서 공공연히 홍보하는 허가사항 외 필러 사용 실태를 즉시 조사하고, 불법 사용을 조장하는 업체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