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 협진 강요는 악법 … 환자, 급사할 수도”
“스텐트 협진 강요는 악법 … 환자, 급사할 수도”
심혈관중재학회 “전문가 협의없이 일방적 고시 개정 … 복지부가 책임져야”
  • 송연주 기자
  • 승인 2014.10.0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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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까지만 인정하던 스텐트 보험급여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사가 협진을 통해 치료방침을 정하라고 규정한 고시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30일 발표한 고시 개정안은 12월1일부터 ▲보호되지 않은 좌주관상동맥 질환 ▲다혈관 질환일 경우에는 심장통합진료(Heart care team approach)를 통해 치료방침을 결정하고, 이후 사례별로 요양급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심장통합진료’는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 의사가 동수로 하트팀(Heart care team)를 구성, 협진을 하는 것이다.

스텐트 개수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하트팀 협의를 거침으로써 스텐트 삽입술(PCI)이 과잉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텐트 삽입술을 주도하는 의료진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스텐트 무제한 급여화와 하트팀 운영을 하나로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며, “협진을 의무화한 이번 고시안은 ▲의사의 진료권 제한 ▲응급환자 시간 지체 ▲부당삭감 빌미제공(사례별 급여 인정) ▲원격 진료 강요 등 임상현장에서의 수용성의 문제 등을 무시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주치의가 지도록 함으로써, 1차적으로 환자를 진단하는 심장내과 의료진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재학회는 개정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대응 방안 및 시행시 발생되는 병원별 예상 사례)을 모아 복지부에 공개질의하고, 국민에게 이번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는 흉부외과학회 역시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어서,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이번 고시개정안과 관련, 1차로 심혈관중재학회 관계자(안태훈 이사장·전동운 보험이사·현민수 총무이사, 대한심장학회 김병옥 보험이사)를 만나 개정안 반대 이유와 향후 대응방침 등을 들어봤다.

 

 

 

 

▲ 왼쪽부터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안태훈 이사장, 대한보험학회 김병옥 보험이사,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전동운 보험이사,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현민수 총무이사

“하트팀 의견 불일치되면 환자 어디로 가나? … 환자 안전 안중에 없는 악법”

 

 

전동운 중재학회 보험이사는 이번 논란이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하며, 전문가와(중재학회)의 충분한 협의 없이 비과학적인 개정안을 만든 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협진이 필요한 중증 환자의 경우 대형의료기관에서는 이미 협진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병원도 필요한 경우 3차 기관에 의뢰하거나 환자를 전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험급여로 강제화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전 이사는 “하트팀이 순기능으로 작용해 양 과의 의견이 100% 일치하면 문제없다. 그러나 일치하지 않으면, 환자는 일치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 중증환자는 기다리는 동안 심근경색, 급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개정안대로라면 그 책임은 주치의가 져야 하는데, 사실 책임은 잘못된 규정을 만든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환자 발생시 90분 이내에 스텐트 시술할 수 있는 병원은 95% 이상이다. 97개 병원은 PCI(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를 해도 된다는 중재학회 인증을 받기도 했다”며 “반면 흉부외과를 둔 병원은 70여개 인데, 이를 퀄리티 컨트롤하는 인증제도가 없다. 70여개 병원 중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은 사실상 대형병원 말고 몇 개 없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치료결정권 역시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전 이사는 “환자들에게 스텐트 삽입 시술(심장내과)과 수술(흉부외과) 중 무엇을 선택할지 물으면, 대부분 스텐트를 선택한다. 흉부외과에 수술하라고 환자를 보내면 이 중 70~80%는 스텐트를 받겠다며, 되돌아온다. 환자의 치료결정권은 분명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PCI로 환자 많이 살렸더니, 과잉이라고?”

한국에서 스텐트 시술이 남발한다는 지적이나, 협진으로 스텐트 시술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김병옥 대한심장학회 보험이사는 “유럽에서 협진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 발행 전후를 비교했더니, PCI 비율에 차이가 없었다”며 “또 한국의 허혈성심질환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PCI 시술 건수는 2011년 이후 증가하지 않았다. 인구 10만명당 PCI 건수도 선진국의 절반 이하다. PCI가 남발된다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는 “시술을 많이 한다고 과잉진료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라며 “수술을 늘리고 싶다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순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심장수술 없이 PCI 시술하는 의료기관의 환자 사망률이 수술팀이 있는 병원보다 나쁘지 않다는 미국의 문헌 보고가 많다고 강조했다.

 

▲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관상동맥 중재적 시술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Live case demonstration)로 선보이고 있다.

안태훈 중재학회 이사장은 “시술팀만 있는 병원과 시술팀과 수술팀이 모두 있는 병원을 조사했는데 사망률, 예후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며 “미국도 30% 넘는 병원이 수술팀없이 시술하고 있다. 또 스텐트시술과 수술 성적에 차이가 없다. 미국, 유럽도 수술하지 않고 시술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90분 이내 심근경색증 환자를 시술해야 한다고 돼있지만, 사실상 평균 62분 이내에 시술된다. 심장내과 의료진들이 노력해 얻은 결과다. 한국의 PCI 성적은 우수하다”며 “그럼에도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1차, 2차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시술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민수 중재학회 총무이사는 “만일 스텐트가 부적절하게 들어갔다면 삭감하면 된다. 스텐트를 많이 넣어 합병증이 생긴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수술팀 없는 병원 협진, 원점부터 논의해야”

학회는 복지부가 학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번 고시개정을 진행했으며, 이에 따라 개정안 중 일부분은 원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하트팀이 없는 의료기관은 90분 안에 응급관상동맥수술이 가능한 병원과 MOU를 맺고 심장통합진료를 운영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흉부외과 수술팀이 없는 의료기관의 PCI 시술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병옥 이사는 “대형병원 등 여건이 되는 병원의 경우 하트팀 의견 불일치로 환자한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법적인 책임 문제 등과 관련, 복지부가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면 고려할 수 있다”며 “하지만 수술팀이 없는 중소병원의 경우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원점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훈 이사장은 “협진이 필요한 환자군은 세분화하면 된다. 고위험도군은 시술과 수술 모두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다”며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의견수렴을 통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군을 정하고 기존의 장점을 살릴 부분은 살리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졸속행정 보여줘 … 처음 보는 내용이 고시 개정안에”

학회는 복지부가 이번 개정 절차에서 전문가인 학회와의 충분한 협의없이 진행하는 졸속 행정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병옥 이사는 “심평원은 두 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단 세 차례의 전문가 회의를 소집했으며 그나마도 우리 학회에서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서 반영하기는커녕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답변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수술팀 없는 병원의 MOU 체결, 90분 이내에 응급수술 시행 등의 규정은 전혀 논의된 적 없는 내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이사는 “학문적 근거도 없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하는 내용들을 한 번도 묻지 않고 고시안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개정안 발표 후 의견수렴 과정 역시 번갯불에 콩 볶듯 지나갔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복지부가 개정안을 9월 11일 발표했고 병협, 의협 등에 공문을 보내 22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전달되다 보니 우리도 마감 2~3일 전에야 소식을 들었다. 대형병원과 학회는 의견을 냈는데, 막상 피해가 심각한 중소병원은 이미 기간이 지난 후에야 소식을 듣게 됐다”며 “또 학회가 의견을 보냈을 때도 수용할 수 없다는 짤막한 답을 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이번 고시개정안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지 않은 허점 투성이라는 것이 심혈관중재학회의 시각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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