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의료봉사 … 나환자에게 ‘씹고 즐기는 樂’을
40년 의료봉사 … 나환자에게 ‘씹고 즐기는 樂’을
[인터뷰] 한센인 치과진료봉사 이어온 구라봉사회 나춘화 원장
  • 구명희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4.08.03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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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9년 시작된 구라봉사회는 45년간 3만2천여 명의 나환자를 진료하고 틀니를 제공했다.

“1976년 부산 용호농장이 첫 봉사였으니 40년쯤 됐네요. 그 당시에는 1학년을 봉사현장에 데리고 가지도 않았어요. 학교에서 허드렛일만 하다가 2학년이 돼서야 현장에서 쓸고 닦고, 장비이동 같은 일을 겨우 할 수 있었지요.”

학생들이 진료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은 구라봉사회만의 철저한 원칙이다. 치과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며 학생은 보조 역할만 한다. 한센병 환자들이 실습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이들에게 최고의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유동수 회장을 비롯한 구라인의 고집 때문이다.

 

▲ 구라봉사회 나춘화 원장

한창 진료 동아리가 유행했던 시절 나춘화 원장(나치과)은 동기를 따라 한센인 진료봉사 동아리 구라봉사회에 가입했다.

‘나환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심어주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봉사회를 조직한 서울치대 유동수 교수는 1969년 7월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 6명을 이끌고 처음 소록도를 찾았다. 교환교수로 오사카 치대 방문 중 세균학을 전공한 우메모도 요시오 교수를 만난 것이 봉사회 설립 계기였다.

‘일본인들이 짐을 꾸려 소록도로 간다는데, 같은 민족인 우리나라에서는 관심 갖는 사람이 왜 없을까.’ 우메모도 교수에게 한국의 나환자촌 진료 상황을 들으며 유동수 교수는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한센병은 감염되면 피부조직과 함께 말초신경이 파괴된다. 시신경까지 손상돼 앞을 볼 수 없는 환자가 많다. 또한 온도에 무감각해 2차 감염으로 사지의 결손을 느낄 수가 없다. 치유가 된다고 해도 외형적으로 기형이 남아 사회적인 냉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나춘화 원장은 “노쇠, 먹는 약에 대한 영양, 칫솔을 잡기에는 손이나 손가락이 문드러져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케어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센인들은 세상에서 소외된 채 국립소록도 병원을 비롯한 전국 20여 개의 정착촌에서 한을 삭이며 살아가고 있다. 치과에 방문해 사람들과 섞여 진료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다. 다른 환자들이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센인들의 구강 상태는 나아질 수가 없다.

다른 진료단체와 달리 의치를 제작해 보급하는 구라봉사회는 45년간 무려 3만2천여 명의 환자를 돌봤다. 재료비, 기공 장비 등 경비를 충당하기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스폰서가 많지 않은 것이 어렵습니다. 1년 예산의 반은 회원들이 내고, 나머지는 업체의 후원을 받는 형편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꾸준한 후원사가 있다면 좀 더 회원들이 편하게 봉사하는 여건이 가능할 터. 회원들은 아무도 한센인의 구강에 관심이 없던 시절부터 조금씩 자비를 걷어 의치를 제작해주며 치과의사의 위상을 높여왔다.

 

▲ 환자들의 틀니를 작업 중인 회원들

봉사회는 매년 7월 전국에 있는 나환자 정착촌으로 하계진료를 떠난다. 진료에 앞서 진행되는 과정들이 일주일 동안의 봉사기간보다 훨씬 복잡하다.

“과거엔 직접 정착촌을 알아보고 찾아갔는데, 지금은 농협 같은 개념의 한센인 관련 협동조합에 도움을 받고 있어요. 소규모 촌엔 갈 수가 없어 이들이 규모가 있는 마을을 선정해주면 4월 사전 방문을 합니다. 5,6월쯤 환자들의 구강상태를 점검하고 의치를 만들기 위해 치아를 정리한 후 완전틀니, 부분틀니로 나눠 본을 뜨고 결과물을 갖고 7월에 다시 찾아갑니다. 봉사 후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더 찾아가 애프터서비스를 마치면 한 해 활동이 끝나는 것이지요.”

 

▲ 올 7월 실시된 봉사에서는 50여 쌍의 틀니를 제작해 제공했다.

진료 분야 중 각자 본인이 맡은 임무를 회원들이 나눠 진행하는 구조다. 개인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들이 해마다 치과를 비우고 봉사를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춘화 원장은 “3년 전에 작고한 선배가 ‘1년에 한 번이라도 가지 않으면 찝찝하다’고 그러더라. 매년 도장을 찍어야 마음이 편하다”며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의 공을 높이 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학생들에게 늘 고맙습니다. 특별한 기술을 알려주지도 않는데, 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지요. 소소한 팁은 배울 수 있겠지만 불평 없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할 따름입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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