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제약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메가펀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산업진흥원 국민건강경제정책실 정책기획팀 백승민 연구원은 최근 발간된 보건산업브리프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보수적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위험이 높은 신약개발 R&D에 분산투자하고 혁신적 신약개발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연구원의 주장은 경제발전과 생활패턴의 변화 등에 힘입어 의약품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약개발 R&D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혁신적 신약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미국제약산업협회 2014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약개발에는 평균 10~15년의 긴 시간과 12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1만여개의 후보물질 중 1개의 확률로 신약이 개발되는 것으로 추정돼 투자위험이 매우 높다.
그러나 특허제도에 의해 일정기간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상대적으로 경기에 비탄력적이고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특성 등으로 인해 막대한 이윤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한 투자 방법만 찾을 수 있다면 거액의 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 자금을 통해 신약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 백 연구원의 설명이다.
백 연구원이 제시한 메가펀드 조성은 먼저 유망한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적절한 조합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 RBO(R&D project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Research-Backed Obligation)를 위한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으로 자산유동화 과정에서 수 개의 트렌치(tranches)로 구성되는 수직적 현금흐름(cashflow waterfall) 형태의 자본구조(capital structure)를 바탕으로 비유동자산(R&D 포트폴리오)의 위험배분(risk allocation)효과를 극대화하면 대규모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 백 연구원의 주장이다.
미국의 연구 결과(2012년 Fernandez et al, Fagnan et al 2012·2013년)를 보면 이 과정에 따라 메가펀드를 조성할 경우 50억 달러를 항암제 분야 신약개발 초기단계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은 8.9%, 후기단계에 투자했을 때 11.4%에 달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다른 연구(Fagnan et al 2013년)에서는 미국시장에서 대체적으로 신약개발의 성공률이 높고 허가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은 편인 희귀질환 분야의 경우 5억7500만 달러를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 투자했을 때 13.4%의 수익률이 나왔다.
다만, 파이프라인 각 단계 별 진입·이탈 확률 및 R&D 투자액, 매매 금액·기간 등의 데이터가 메가펀드 설계를 위한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축적된 데이터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투자자들이 유동화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의 질(quality)이 측정 가능해야 하며, 신약개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수급이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백승민 연구원은 “위험이 높은 신약개발 초기단계에 민간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파이프라인 보강, 경쟁을 통한 효율성 개선 등 혁신창출의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메가펀드 모델의 국내 도입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혁신적 신약개발에 있어 민간부문 투자를 주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