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보건의료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식, 생활환경, 문화 등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건보공단이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17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보건의료만으로는 비만을 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이날 ‘비만관리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방안, 보험자의 역할’ 세미나에서 “싱가포르의 ‘Trim and Fit’프로그램은 WHO가 우수한 정책으로 선정한 어린이 비만관리 프로그램이었지만, 전형적인 보건의료정책으로 결국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Trim and Fit’은 고도비만의 아이들을 선별해 체력증진과 의학적 관리 등을 지원하는 싱가포르의 비만 관리 정책이었다. 프로그램 시행 후 어린이 비만 유병률이 14%에서 10%로 감소하는 등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참여한 아이들이 ‘뚱뚱한 아이’로 따돌림을 당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결국 파기됐다.
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고도비만 환자를 ‘게으르다’, ‘자기관리를 못한다’고 판단, 색안경 낀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이 이들을 집에만 머물게 한다”며 “사회적인 편견이 치료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유년기 가정의 불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도비만을 겪게 된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인 편견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오상의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인식 뿐만 아니라 생활자체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여대 체육학과 조정환 교수는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의료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가 협업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미국에서는 오바마 부인이 전국을 돌면서 춤을 추며 비만을 관리하자는 ‘렛츠무브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뉴욕은 도시 전체를 시민들이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지원본부 김초일 본부장은 “식생활도 비만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린푸드존이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으로 학교 급식은 관리가 되고 있지만, 방과후나 임신기·직장점심 등 전국민의 식생활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초일 본부장에 따르면 임부의 영양부족으로 태어난 저체중아는 비만일 확률이 높다.
서울시의 비만 정책이 보건의료, 인식, 생활환경을 모두 개선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건강생활 양병규 팀장은 “비만 관리를 위해 보건소에서 개인이 혼자하기 힘든 건강 관리와 영양 상담을 도와주고 있다”며 “의료지원 뿐만아니라 보행친화적인 거리를 조성하고, 건강계단을 마련하는 등 실생활에서 움직임이 늘 수 있도록 도시도 디자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