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환자 요양병원 입원하게 해달라”
“에이즈환자 요양병원 입원하게 해달라”
에이즈 인권단체, 인권위에 진성서 다시 제출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7.1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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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등 15개 인권단체 및 활동가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이즈 환자를 장애인으로 받아들여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번 진정서 접수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인권위는 지난 5월 이들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전국 28개 국립 및 민간 요양병원에서 에이즈 환자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가 인권위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10년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추진하면서  에이즈 감염자들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S병원을 에이즈 환자 요양 전문사업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2013년 병원 직원의 내부고발을 통해 간호인의 인권침해와 병원 직원의 노인 성폭행 혐의 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복지부는 S병원에 대한 전문사업기관 계약을 파기했다.

이후 일부 의대 교수와 인권활동가 등이 모니터링 팀을 구성하고 병원 내 인권침해와 진료태만, 성폭행 여부 등을 조사해 인권위의 권고를 요청했으나, 인권위는 병원의 계약이 이미 파기된 점, 성폭행 피해자로 지목되던 노인이 혐의를 부인한 점, 갈등이 원만히 해결된 점 등을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대해 인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폭행 사건은 (에이즈 환자인) 노인이 들어갈 요양처가 없어질 것을 염려해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정확한 진상조사와  대안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권위가 아직 병원과 환자의 갈등이 남아있는데도 ‘갈등이 해결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복지부가 대체 요양병원을 설립해 에이즈 환자들이 입원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권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등 17개 인권단체 및 활동가들이 17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에이즈 환자에 대한 입원 거부를 반대하는 진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회를 맡은 인권활동가 정욜씨는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면담을 진행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감염자들을 위한 대체요양병원을 짓고 있는지, 병원들이 감염자에 대해 어떤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리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윤가브리엘 나누리플러스 대표는 “에이즈 감염인은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나 역시 에이즈 감염으로 인해 가족들과 단절돼 요양을 도와달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전국의 28개 요양병원이 모두 요양을 거부했다. 이 현실에 대해 울분을 토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윤 대표는 “인권위는 지난 5월 인권단체 등이 제출한 진정을 기각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계약을 이미 해지했고, 새로운 병원을 물색했으며, 차별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직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진정이 기각될 수 있나”라며 울먹였다.

이번 회견에는 에이즈 감염자들을 ‘넓은 의미의 장애인’으로 판단하고 대안요양병원 설립 등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28개의 국립·민간 요양병원이 에이즈 환자들의 요양입원을 거부했다. 또한 정부는 이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법률상 장애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신체손실이나 기능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를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에이즈 환자 역시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라며 “이들(에이즈 환자)은 어떠한 장애인보다도 차별과 사회의 배제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염 변호사는 “오늘은 헌법이 지정된 제헌절이다. 헌법에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는 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장애인의 범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정부의 관리 감독을 편하게 하기 위한 범주가 아닌 환경과 상황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지원을 받는 것이 전제에 놓인 사람이 장애인이고, 에이즈 환자 역시 당연히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이즈 환자 입원거부는 인재” … “정부,  성폭행 사건 사실확인 안해”

이번 사건이 정부와 법, 민간업자가 만든 ‘인재’라는 말도 나왔다.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훈재 교수는 “정부의 에이즈 관련 연구 약 15편 중 10편을 내가 맡았다. (회견을 하는 것은) 나를 도와준 다른 분들에게 편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환자 거부는 잘못된 법제도와 정부의 직무유기, 탐욕에 눈이 먼 업자들이 만든 ‘인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병원은 에이즈 환자를 수익 목적만을 위해 받았다. 병원 직원들은 의사·간호사 역할까지 해야했고 직원은 환자를 함부로 대했고 폭언·폭행, 심지어 상습적 성폭행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성폭행 여부를 조사할 때는 별도의 조사 장소가 아닌 병원 내에서 환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은 것이다. 노인은 자신이 그랬다고 하면 병원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질 것을 염려해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건 이후 정부는 병원과의 면담에서 오히려 환자들을 겁박했다. 다른 교수들과 모니터링 후 민원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며 “병원의 ‘분탕질’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병원은 수액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수액을 투입하건 안하건 (국가로부터) 똑같은 비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수액을 넣지 않아 결국 사망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회견 이후 한 참가자는 “요양병원 설립 등 기반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의료인들이 처음 에이즈가 들어왔을 때의 공포와 다를 것 없이 대한다”며 “에이즈에 대해 많은 정보가 나왔지만 여전히 의료인은 그대로다. 의료인이 에이즈 환자를 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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