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세계 암 치료의 화두는 ‘심리적 치료’와 ‘적정 진료’다. 전자는 환자들의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고 치료 후 사회의 재진입을 위한 과정이고, 후자는 과잉 진료로 인한 환자의 비용부담과 의료인력 손실을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치료기관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암치료기관 중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가 배치된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과잉 진료 논란도 여전하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지난 7월 1일 암통합케어센터를 열었다. 국내 2차 병원중 최초다. 센터 설립에 누구보다 열의를 갖고 참여해온 이재진 센터장을 최근 병원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
암 치료는 한 과가 처리하기 어려워… “센터화는 당연한 절차”
이재진 센터장은 센터 설립배경에 대해 “암환자는 치료 후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면 진료비가 만만치 않고 장기 입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환자 치료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3차 병원에서는 교육과 연구, 치료를 함께 합니다. 스태프의 업무가 너무 많아요. 환자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치료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이 센터장은 “암 환자는 통증이나 감염, 폐렴, 복수, 혈관 문제 등 파생되는 합병증이 많다”며 “이 모든 질환을 한 과에서 맡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학제간 논의를 통한 적정한 암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방법이 센터 개념으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학제 협의회를 통해 환자의 치료과정을 함께 논의
무엇보다 환자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원한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먼저 다양한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병원은 결과가 나오고 치료가 필요하면 신경정신과 상담을 통해 환자의 정서를 알아봅니다. 환자의 마음을 읽는 과정인 거죠. 이후 다학제 협의회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술식부터 식이요법, 수술 후 예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합니다.
이 자리에는 혈액종양외과·내과·정신건강의학과·영상의학과·인터벤션·재활의학과 등 암 치료에 필요한 전문의와 수술 후 필요한 물리치료팀, 영양팀 등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환자와 그 가족도 참여합니다.”
그는 암통합케어센터의 치료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이 통합치료이고 적정진료라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환자가 궁금한 것들을 직접 물어보고 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했다.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반응은 호의적… 치료 순응도 높아져
이 센터장은 “센터 개소 후 환자들의 반응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매우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어떤 환자들은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합니다. 의대 2학년 재학 중에 배우는 신경정신의학과 개론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라포’를 중시합니다. 이를 통해 의사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환자는 자신의 치료에 대해 알 수 있어 긍정적입니다.”
이 센터장은 “3차 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알지 못했던 감정을 이곳에서 느낀다”며 “의료진은 환자와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더욱 질 좋은 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합진료 구축, 지방병원에 돌파구 될 것”
이 센터장은 앞으로의 센터 운영 방향과 관련, “의료진과 환자의 공감을 통한 적정 진료와 표준 치료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센터를 통해 앞으로 지역 병원의 올바를 사례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단순한 지역 내 병원이 아닌 ‘지역 커뮤니티형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암통합케어센터는 그 계획 중 하나인 거죠. 병원 내 센터치료를 통해 지역 주민의 전 생애 주기를 함께 하는 병원이 되고 싶은 거죠.”
이 센터장은 그러면서 “통합 진료 시스템의 전국적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에는 대형 병원이 많습니다. 치료를 받기 쉬운 환경이라는 거죠. 하지만 아직 지방에는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암환자는 정서적 문제와 의료기관 부족 등으로 더욱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통합 진료 시스템은 지역이나 지방병원에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많은 곳으로 퍼져 지역병원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진 센터장은? 이재진 센터장은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서울대학교 종양혈액내과 임상강사와 경희대 의대 조교수를 지냈다. 현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암통합케어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정회원이다. * 라포(Rapport) :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 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다. 상담 및 심리테스트 등에서 사용되며, 의학적으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조화관계 혹은 신뢰관계를 의미한다. |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