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삭빠른 제약회사는 “광고 수법도 다르다”
약삭빠른 제약회사는 “광고 수법도 다르다”
휴온스 · 조아제약 등 까다로운 심의 광고 대신 드라마 · 영화속 PPL 주력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4.04.2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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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제약회사들이 까다로운 의약품 광고 심의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PPL 광고에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PPL은 Product PLacement의 약자로, 영화 · 드라마 ·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간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노출시키는 작품속 광고를 뜻한다.

오랫동안 금지되어왔던 방송의 간접광고가 허용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드라마나 오락물 같은 방송 콘텐츠의 제작비 상승과 제작 환경의 고충, 특히 상업방송과 독립 제작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됐다.

PPL 허용 3년 만에 시장 20배 성장

PPL시장은 제도 시행 3년 만에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상파 방송의 간접광고 매출 기준 2010년 30억원, 2013년 236억원, 올 상반기에만 벌써 350억원에 달한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굳이 비싼 방송광고를 제작하느니, PPL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제약사 휴온스(옛 사명 광명제약)가 대표적이다. 휴온스는 다이어트 의약품 ‘알룬정’의 전속모델로 배우 주상욱을 발탁하면서 주상욱이 출연하는 MBC 드라마에서 PPL을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 안에서 ‘알룬정’은 소품으로 등장한다.

▲ 드라마 중 소품으로 등장한 휴온스 ‘알룬정’ (출처 : MBC 앙큼한돌싱녀 7화)

위 사진에서 보듯이 드라마 속 ‘알룬정’은 화면 중앙에 위치,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는다.

휴온스는 지난 2012년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PPL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휴온스 본사와 공장뿐 아니라 칼슘제 ‘씨씨본 정 500mg’이 극중 소품으로 사용됐다.

구충제가 신약?

조아제약 역시 PPL을 적극 도입한 제약사 중 하나다. 영화 ‘연가시’에서 극중 공포스러운 존재인 연가시를 없애는 신약으로 등장한 것이 조아제약의 구충제 ‘윈다졸’이다. 조아제약은 제작비 5000만원과 윈다졸을 현물로 협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이었을까. 아래 사진에서 보듯 영화속 화면에 나타나는 ‘윈다졸’ PPL은 더욱 노골적이다. 

▲ 영화속 의약품 소품은 화면 가득 채우도록 나와도 제재가 없다. (출처 : 영화 ‘연가시’ 중)

이처럼 파격적인 광고가 가능한 것은 PPL에 대한 광고심의가 크게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제약회사들이 일반의약품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탁을 받은 한국제약협회 산하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PPL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PPL을 심의하는 곳은 의약품과 무관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라는 기관이다.

방송의 경우 코바코의 심의를 받게 되면 방송시간의 5%, 화면크기의 4분의 1을 넘지 않으면 PPL이 가능하다. 화면속 로고와 광고물도 규정 크기를 넘기지 않으면 그만이다. 문구나 이미지 하나 하나에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는 제약협회 광고심의에 비하면 표현의 제한이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영화속 의약품 광고 “특효약” 노골적 미화

영화속 PPL은 이마저도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돈을 내지 않으면 볼 수 없기 때문에 공공재가 아닌 것으로 구분, 코바코 심의마저 받지않는다. 아래 연가시 캡처 화면에서 보듯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등장한 인물이 조아제약의 ‘윈다졸’에 대해 버젓이 “특효약”으로 미화해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현실에서는 어려워도 영화속에서는 질병관리본부장이 등장, 특정 의약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영화 ‘연가시’ 중)

영화속 PPL 효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조아제약에 따르면, 영화가 상영된 해에 제조한 ‘윈다졸’은 재고가 바닥이 났을 정도다.   

문제는 같은 일반의약품인데도 광고 심의기관이 제각각이어서 규제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협회 심의위원회는 의뢰를 받은 광고만 심의를 한다”며 “심의를 받지 않고 나가는 광고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고 심의에 있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PPL 광고 행정처분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받고   

형평성 문제는 일반 대중광고와 PPL 사이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PPL 광고를 하고도 어떤 광고는 처벌을 받고 어떤 광고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제로정’을 노출시킨 삼일제약은 식약처로부터 광고업무정지처분을 받았지만, 영화 연가시에서 ‘윈다졸’을 노골적으로 홍보한 조아제약은 아무런 행정조치도 받지 않았다. 

Mnet 보이스코리아와 PPL을 진행한 옥시레킷벤키저도 자사의 인후염 치료제 ‘스트렙실’을 목에 좋은 것처럼 홍보하다가 방통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무분별한 의약품 광고를 단속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챙겨야 할 식약처는 “의약품 광고는 사전심의를 받게 돼 있다”면서도 “문제가 있으면 조치를 하겠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비판이 쏟아진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PPL은 약사법 규정에 따르면 의약품 광고가 아닌 것으로 돼 있다”며 “법의 허점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광고는 까다로운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띄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PPL은 거의 제약이 없다”며 “PPL이 의약품 광고의 편법으로 활용된다면 정상적으로 심의를 받고 광고를 진행하는 제약사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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