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지난 19일 의사협회 대의원들로부터 탄핵을 받았다. 의협 10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 회장에 대한 탄핵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의원회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고 볼 수 있다.
신흥세력인 노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존 세력인 시도의사회 및 대의원 세력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양자간 갈등은 정부의 원격의료저지 투쟁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일방적 독단적 회무추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지만, 노 회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제 2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는 급기야 곪아터진 환부를 드러냈다. 대의원회는 회장 탄핵이라는 카드를, 노 회장측은 내부개혁을 명분으로 대의원회 해산, 대의원 직선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 회장은 직선제 실현을 위한 ‘의사회원총회(일명 사원총회)’조차 열어보지 못하고 19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 카드를 받았다.
조행식 대의원이 제출한 불신임안은 전체 대의원 242명 중 178명이 참석, 136명(76.8%)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대의원회를 통과했다.
회장 탄핵이 이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노 회장에 대한 대의원들의 불신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관에 없는 회원투표를 강행하고 사원총회를 추진하는 등 의료계 내부를 끊임없이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 대의원들의 주장이다.
결국 이 같은 갈등은 ‘의협 100년 역사상 최초의 회장 탄핵’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됐다.
결과를 예상했기 때문일까. 노 회장은 의외로 담담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협 106년 역사 속에서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받은 첫 번째 의협회장이 됐다. 개인적으로 큰 불명예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토호세력으로 변질된 시도의사회 중심의 의사회에 처음으로 반기를 들어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대가로 탄핵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제 노 회장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유일하다. 대의원들의 불신임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다.
가처분이 수용되면 노 회장은 회장직에 복귀할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노 회장의 복귀 유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격의료저지 투쟁과정에서 전일파업에 참여한 4000여명의 회원들이 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 예고장을 받아든 상태에서 누가 현 사태를 타개할지가 더 급선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장 없는 ‘의협號’. 회원들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