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은 왜 우울증에 시달리나?
교사들은 왜 우울증에 시달리나?
검진을 해봐도 신체적 이상 없는 경우 많아
  • 이병철 교수
  • admin@hkn24.com
  • 승인 2014.03.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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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4년째 초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는 50대 여교사 강연숙씨. 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사직을 그만두려고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기적이고 무리한 요구와 폭언으로 인한 상처 때문이었다. 언제나 학생들 편에 서고 내가 사랑을 보여주면 진심이 통할 거라고 믿었지만,  요즘은 “학부모가 무섭다”는 두려움까지 갖게 됐다. 이후 불면증, 두통, 소화장애에 시달렸고, 신경이 예민해져 화를 내는 일이 빈번해졌다. 진단결과 강씨의 병명은 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은 한때 우울하다고 해서 붙여지는 이름이 아니다. 우울이나 불안은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하려는 반응일 뿐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우울 증상을 보이거나 우울 증상으로 인해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이는 분명히 병이다. 전 인구의 약 15%가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지만, 결코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되는 심각한 질병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구의 약 3~5%가 우울증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 중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실붕괴’, ‘교권추락’,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교권 침해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현실도피를 하거나 과도한 감정 억제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한 교사는 2004년 7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16명, 2011년에는 31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4년(2008~2011년) 동안 73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정신 질환으로 휴직하거나 면직된 교사는 2009년에는 61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보통 우울증으로 앓고 있는 사람은 주변의 모든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사소한 업무지침이 자신을 미워해서 힘든 일을 맡긴다 생각하고,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는 일반적 상황에서도 자신을 무시해서 그런다고 생각해 화를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비관적인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부정적인 사고는 우울증 동반증상으로 치료가 시작하면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울증 상태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때로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만 내거나 만사가 귀찮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쓸데없는 고민거리나 죄책감이 들고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하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고 개운치 않으며 피로가 쉽게 쌓인다. 불면증과 식욕부진이 대다수의 환자에게 나타나며,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소화불량, 초조, 가슴 답답함, 두통, 목이나 어깨결림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도 나타나지만, 검진을 해봐도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우울증은 다음 9가지 증상 중에서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계속될 때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 물론 일이나 학업, 주부역할, 사회생활 등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만 해당된다.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우울, 슬픔, 공허감 등)이 든다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식욕부진(증가)이나 체중감소(증가)가 있다.
불면 또는 수면과다에 시달린다.
불안, 초조하거나 의욕이 없다.
무기력하거나 피곤하다.
존재감이나 가치감 상실, 지나친 죄책감이 든다.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 진다.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사고, 자살기도.

이 밖에도 신체적 질병이나 약물에 의한 우울증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필요한데 전문적인 면담과 여러 검사결과를 가지고 상세히 진단해야 하며, 우울증의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눈다.

우울증은 대게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하는 통합치료 계획을 짠다. 이때 광선치료, 인지․행동치료, 자기장치료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신치료 또는 인지․행동치료만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 이병철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흔히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네가 무기력하게 있으니 그렇지”, “가만히 있지 말고 나가서 뭐든 해라”, “어서 떨치고 일어나라”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의욕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러한 압력은 ‘역시 해도 안 돼’, ‘나는 왜 이 모양일까’하는 생각으로 더 자기비하에 빠져들게 해 피해야 한다. 같이 산책하러 나가자고 권하거나 쇼핑이나 식사를 하는 등 평소에 좋아하던 것부터 같이 어울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지,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재발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이병철 교수는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무슨 일 때문에, 또는 누구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보다는 때로는 남을 용서하거나 자신 스스로 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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