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 상당수가 총파업 투쟁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의협회장이 투쟁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협 주도로 지난 28일 정오부터 30일 오후 2시까 진행된 온라인 설문 결과다. 이는 30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노환규 의협회장을 제외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대의원들의 의견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의료계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회원 2만4847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결과, 총파업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85.76%인 2만1309명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538명(14%)에 불과했다.
‘대의원총회 혹은 회원투표에서 총파업이 결정되는 경우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의원총회 결정에 따라야한다’는 의견(1만1696명 / 47.07%) 보다 전체회원투표를 다시 해야한다는 의견(1만3151명 / 52.93%)이 다소 우세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결과를 보면, 그동안 의협의 회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던 대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예컨대 ‘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이 부결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9%(1만8128명)가 ‘전체회원투표를 다시 해야한다’고 답했다. 이는 ‘대의원총회 결정에 따른다’(6719명 / 27.04%)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설문에서도 ‘투쟁과 회무를 모두 믿고 맡겨야한다(1만9936명 / 80.24%)’는 의견이 ‘회무에만 전념하게 해야한다(3534명/14.22%)’거나, ‘투쟁과 회무 모두 맡겨서는 안 된다(1377명/5.54%)’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이번 설문결과는 코너에 몰린 노환규 회장에게 구사일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의료계내 보수세력(온건파)과 진보세력(강경파)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4월15일 30명 이내로 구성키로 한 새로운 비대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노환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협 집행부와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대의원회 세력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변영우 의장은 임시 대의원총회 개회사에서 “모든 것은 대의원이 결정해야 한다. 의협은 사단법인이다. 정관이 없으면 의협도 없고 회장도 없다. 모든 것이 정관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며 노 회장의 일방적 회무추진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제 공은 노환규 회장에게 넘어간 듯 하다. 노 회장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회원들의 투쟁동력을 재차 점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