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결핵 환자 개별 전수 조사는 인권침해”
시민단체 “결핵 환자 개별 전수 조사는 인권침해”
“범죄인처럼 다루는 접근” … “사회적 편견 재생산”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3.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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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환자들에 대한 정부방침인 ‘개별 전수 사례조사’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6일, 논평을 통해 “‘개별 전수 사례조사’는 ‘활동성 결핵환자’를 잠재적으로 결핵균을 퍼뜨리는 사람으로 마치 범죄인처럼 다루는 접근”이라며 “일터, 학교 등의 주변 공동체에 무차별적으로 역학조사를 벌일 경우, 해당 환자에게 가해질 인권침해와 주변인으로부터의 시선과 죄책감으로 발생 가능한 심리적 외상에 대한 대책이 없어 결핵환자에 대한 낙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광범위하게 재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7월부터 전염성이 강한 결핵 환자를 강제 입원시켜 격리 치료를 시키고 모든 결핵환자에 대해 ‘개별 전수 사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 중·고등학생에 대해 비전염성 결핵 환자로만 확인돼도 결핵 접촉자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그동안 정부가 결핵관리에 취해왔던 ‘강제입원’과 ‘격리치료’가 이미 질병을 스스로 치료할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유인책이 되지 못했고 인권침해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또, 강제입원 ‘명령의 기준’과 ‘해제의 기준’이 모호해 무분별하게 남용될 소지가 있다. 치료가 어려운 약제내성 환자의 경우 평생을 병원에서 입원명령 상태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며 ‘결핵 발병이 곧 격리가 되는 환자의 인권을 구속하는 방식’인 정부 정책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아래는 건강세상네트워크 논평 전문.

결핵 환자들에 대한 격리와 색출이 아닌
환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결핵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결핵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7월부터 전염성이 강한 결핵 환자를 강제 입원시켜 격리 치료를 시키고 모든 결핵환자에 대해 ‘개별 전수 사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핵 환자가 접촉한 사람들의 정보를 파악, 검사하고 환자 치료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전염성 결핵환자에 대한 ‘복약확인’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또, 전국 중·고등학생에 대한 결핵 접촉자 조사도 전염성 결핵 환자가 신고된 경우에만 접촉자 조사를 펼쳤지만, 앞으로는 비전염성 결핵 환자로만 확인돼도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OECD 회원 국가와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이 모두 높아 2020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까지 낮춘다는 국가결핵 New 2020 plan 발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개별 전수 사례조사’는 ‘활동성 결핵환자’를 잠재적으로 결핵균을 퍼뜨리는 사람으로 마치 범죄인처럼 다루는 접근이다. 이들의 일터, 학교 등의 주변 공동체에 무차별적으로 역학조사를 벌일 경우, 해당 환자에게 가해질 인권침해와 주변인으로부터의 시선과 죄책감으로 발생가능한 심리적 외상에 대한 대책이 없어 결핵환자에 대한 낙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광범위하게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결핵관리에 취해왔던 ‘강제입원’과 ‘격리치료’ 가 이미 질병을 스스로 치료할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유인책이 되지 못했고 인권침해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 강제입원 '명령의 기준'과 '해제의 기준'이 모호하여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남용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하여 치료가 어려운 약제내성 환자의 경우 평생을 병원에서 입원명령 상태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결핵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수립을 하겠다는 것이라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접근 방법에서 당사자의 인권과 사회적 가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결핵 발병이 곧 격리가 되는 환자의 인권을 구속하는 방식으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결핵환자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넘어서 사회적 격리와 전염병을 몰고 다니는 존재로 전략시키는 이번 발표는 당사자의 치료 의지를 꺾고 결핵발병을 낮추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정부가 생각하기에 결핵 발병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결핵환자들의 비인권적이고 위법적인 강제 관리를 중단하고 인권적 측면에서의 예방과 치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핵은 사회경제적 상태와 개인의 건강 및 영양상태가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핵이 완치되었더라도 이후 환자의 삶의 조건이 열악해지면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핵 관리는 개인의 격리와 색출로 인한 강제입원 및 복약확인으로 결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규칙한 영양섭취와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곳에서의 환경을 개선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제공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결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무시한 채 전염성 질환이라는 사회적 공포로 환자를 질병으로만 취급하며 격리시키는 것은 그 어떤 목적으로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진정한 결핵예방정책이 아니라 인권침해와 낙인을 조장하는 어리석은 정책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2014. 3. 26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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