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진정성 싸움이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일어났다.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발전협의회 1차 회의가 ‘진정성’ 때문에 파행을 맞은 것이다. 의료발전협의회는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협 실무진이 4:4로 모인 자리다.
발단은 복지부측이 회의 도중 저녁으로 준비된 도시락을 먹으면서 노환규 의협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확인하면서다. 기사에 따르면, 노 회장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10% 수가 인상을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관련 내용이 삭제된 상태로 수정돼 있다.
복지부측은 즉각 의협에 기사 내용의 사실관계 여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협측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대화의 의지가 없다”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복지부 대표로 회의에 참여한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측은 매체의 오보라며 발언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 보기에 이날 회의의 승자는 복지부다. 회의 후 복지부 측은 언론에 진정성을 운운하며 기사 내용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의협은 회의 참석자를 포함한 관계자 모두가 말을 아꼈다. 의협의 태도는 불리한 위치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성’은 ‘참되고 애틋한 정이나 마음’이라는 뜻의 ‘진정(眞情)’ 뒤에 성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성(性)’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주로 정치권에서 쓰인다. 국회의원들은 반대되는 성향의 진영에 “진정성이 없다”며 공방을 벌이곤 한다.
‘진정성’은 노 회장이 자주 써온 말이다. 노 회장은 지난 2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했으며, 12일에도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해 적합한 환경을 만들자고 하는 것인 만큼 진정성을 이해해주는 국민이 늘어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불신이 깊어졌다. 노 회장이 근거를 대며 발언 사실을 부인해도 복지부는 이미 믿지 않는다는 눈치다. 끝내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하면 의료발전협의회 개최는 불투명해진다.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졌다. 의협이 총파업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해졌고, 기사의 사실관계 확인 때문에 의료계와의 논의를 중단한 복지부의 태도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협의체는 복지부가 먼저 제안하지 않았던가.
정부-의료계의 진정성 대결에서 국민만 패자로 남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