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는 뭉쳐 ‘의료영리화정책 폐기’를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정부는 여전히 ‘불통’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복지부는 토론회 전보다 더욱 안좋은 이미지만 얻게 됐다.
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김용익·김현미·이언주 의원 주최로 열린 ‘박근혜정부 의료영리화 정책진단 토론회’는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해 왔던 의료계 인사들이 민주당이 깔아놓은 판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일거에 풀어놓는 장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같은 당 김용익, 김현미, 이언주, 오제세, 이목희 의원 등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의 뜻을 표했고,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세영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 등도 단상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밝히며 대부분 보건의료 관계자들로 구성된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후 발제에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이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정소홍 변호사가 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 의료법인간 합병, 법인약국의 법적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 송형곤 “왜 그런 이야기를...” 이창준 과장 비난
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의료단체들과 정부의 대립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시작은 토론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2012년도에 의협이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거론하면서부터였다.
이창준 과장은 “의료법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 모두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요양기관으로 당연히 지정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아 당연지정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의협이 낸 헌법소원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의료민영화라든지 영리활동을 부추기는 것으로 저희는 판단하고 있는데, 의협이라든지 다른 의약단체는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지, 지금은 그런 문제에서 벗어나서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을 통해서 더욱 낮은 진료비를 통해 보편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에 동의하시는지 여쭙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노환규 회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2012년 헌법소송은 2000년에도 냈던 것인데, (패소는 했지만) 2000년 당시 판결문을 보면, 모든 의사들이 정부와 강제계약을 맺고 있는 데 불공정한 부분이 많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12년 지난 뒤 보니 개선 권고사항은 하나도 개선 안되고 전부 악화됐다”고 설명한 뒤 “계약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계약관계를 깨자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치협 김철신 정책이사는 “영리 자법인에 민영화 문제를 다루면서 건보당연지정제를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는 부처에서 당연지정제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왜 꺼내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또 “당연히 당연지정제는 지켜져야 한다. 제대로 운영되길 바란다. 정부부처가 해야 할 것은 여기 나와 있는 단체들의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부서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과연 올바르고 일관성을 갖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이창준 과장을 비난했다.
◆ 이창준 과장, 논의 여부 놓고 약사회와도 충돌
이창준 과장은 약사회와도 충돌했다. 그는 “법인약국에 대해서는 연구용역에 대해 다양한 부분이 있고, 그전에도 약사회와 논의를 해왔고,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약계에서 우려하는 것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회 조찬휘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돼 가는데 복지부 사무관이나 과장이나 정책관이나 실장, 차관, 장관과 법인약국 관련 전화 통화나 대화를 한 적이 없다. 언제 사전협의를 했었는지 이 자리에서 밝혀달라”고 반발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이에 이창준 과장이 “법인 약국 관련 약무정책과장이 논의를 했었고, 다른 자리에서 협의체를 만들면서 이야기하겠다”고 답하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이 “과거부터 논의를 해 왔다는 것인지, 저희와 논의를 한 것인지 분명히 해 달라”고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 과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약사회와 복지부와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속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 회장이 “좀 알고 말씀하세요 왜 함부로 말하냐”며 비난했고, 결국 논의가 끝난 뒤 조 회장과 이 과장 사이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