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전문의제 ‘구원투수’ 등장
치과전문의제 ‘구원투수’ 등장
[응답하라 2014] 병원급 이상 표방으로 해결 실마리 찾을까<下>
  • 구명희 기자
  • 승인 2014.01.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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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토애플/메디포토
“치과가 과를 나눠야 될 만큼 전문성이 있냐고 누군가 그러더라. 사람들은 치과를 하나로만 본다. 활동하는 치과의사는 대략 2만7천명으로 8만명 이상인 메디컬에 비해 1/3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국민들은 구강내과라는 과를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제대로 파이를 키우기도 모자라는 판에 다 같은 치과의사로만 가자는 말은 시대역행이다. 영역을 나눠야 할 만큼 특별함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치과계의 파이가 더 이상 커질 수 없다.”

서울 강남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 누구나 만족할 만한 전문의제도를 도입해 치과계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치과진료 시 전문과목 표방 허가제가 의료법에 명시된 1962년 이후 52년 만에 정식적으로 ‘전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간판을 내거는 1차 의원급이 지난 1일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전문’ 간판을 내걸고 진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 강남에서는 구강외과 1곳이 전문 간판을 내걸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전문과목을 표방한 치과병·의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종합병원과 수련치과병원에서만 ▲구강외과 ▲보철과 ▲치주과 등 10개 과목을 세분화해 진료했던 데서 2014년은 치과계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지난 전문의제도 현안에 이어 두 번째로 ‘전문과목 표방’을 다뤄본다.

가까운 1차 의원급에서도 조금 더 전문적인 치과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어 했던 환자는 만세를 부를 것이다. 하지만 전문 진료를 표방할 경우 ‘응급환자를 제외하고는 타과 질환은 볼 수 없다’는 의료법 77조3항 때문에 제도가 정착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전문과목 표방은 진행됐지만 제대로 된 진료영역 구분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매한 영역구분을 놓고 현장에서는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복지부는 치협과 협력 하에 ‘치과 전문과목별 진료영역 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법적인 전문의제도 시행을 얼마 앞두고 뒤늦게 위원회가 구성됐고, 첫 회의는 오는 10일 시작된다.

▲ 사진=포토애플/메디포토
구원투수 등장…모두가 만족하는 결과 얻을 수 있을까

지난 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세영 치협회장은 공식적으로 새로운 단일안을 요청했다. 치협 집행부는 대의원총회에서 기존의 세 가지 안이 모두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안으로 77조3항을 병원급에서만 시행하자는 것에 경과조치 시행을 추가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민주당 이언주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전문의제도 개선방안 특위는 오는 25일 다시 소집돼 새로운 안을 갖고 구체적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교정과동문회 관계자는 “경과규정이 포함된다면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언주 의원의 발의안에 ‘경과규정’이란 항목이 더해지니 ‘소수전문의제 강화’를 주장하는 경기도치과의사회측은 팔짝 뛸 노릇이다. 경치 관계자는 “전문의다운 전문의를 배출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자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며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하지만 진정성을 놓고 보기에는 불편함이 있다”며 “새로운 안은 표방 문제만 해결될 뿐이지 획기적인 방안이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전면개방이냐, 소수강화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한 불끄기로 단순히 표방문제만을 놓고 안을 내놓았다면 한계가 있다. 기존 법률과 달리 2차병원에서만 표방가능하게 된다면 2차병원급이 많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1,2차 병원간의 대결양상이 발생한다.

개원가에서는 전문의가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제도 시행과 함께 이미 간판을 내걸고 진료 중인 개원의들은 다시 간판을 내릴 수도 없고,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한다. 전문과목 표방으로 좀 더 이상적인 치과의료전달 체계를 만들겠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붙였지만 결국 전문과목 표방 병·의원은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현재 1천600여 명의 전문의들도 가만히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을 들여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는데, 의료계와 달리 1차병원에서 전문과목을 표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의제기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의 개원 중인 A원장은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누군가는, 왜 전문의를 땄는데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못하게 막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며 법률적 안정성에 대해 걱정했다.

‘표방’이란 구실로 반칙금지! 과대광고 법적 조치 필요

얼마 전 치의신보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4명 가운데 41.2%가 전문과목을 표방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결과에 대해 의정부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B원장은 여론조사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반박했다.

B원장은 “실제 개원의가 아닌, 전공의를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또 표방이라는 것을 ‘정확히 간판을 걸고 그 과목만 전담 진료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어야 했다”며 “일례로 구강내과 전문의를 땄으면 그것만으로 운영이 어려우니, 간판은 내걸지 않아도 명함이나 홈페이지 홍보는 가능해지기에 다양한 마케팅 꼼수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의 전담진료를 하던 선배들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일부 후배 전문의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과대광고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법으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천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C원장도 과장광고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발의한 병원급 이상에서만 77조3항을 표방한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개원가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언젠간 과장광고로 곤욕을 치를 것이다.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리한 조건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불법적인 광고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의제도를 야구경기에 비유하자면 ‘경과조치 시행’, ‘소수전문의제 강화’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선발투수가 무너지고 ‘병원급만 77조3항+경과조치시행’이라는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한 격이다.

과연 구원투수가 전문의제를 살릴 수 있을까. 이미 시행된 전문과목 표방은 과대광고라는 반칙 없이 진행돼야 한다. 상대 선수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수 있다. 4월 대의원총회엔 완벽한 마무리 투수가 등장해 전문의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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