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 정책추진에 공동대응키로 했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사이에 균열조짐이 일고 있다.
대한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5일 열린 ‘영리법인약국 저지 전국분회장 긴급결의대회’에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연대 중 대한의사협회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약사회 김대원 부회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영리법인약국 도입의 피해는 약사들에게도 있지만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단체, 야당,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하고 있고, 의료민영화 반대 프레임에 동참을 하고 있다”며 “의협도 함께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갑자기 “이 연대 중에 가장 약한 고리가 의사회다. 의사회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적당한 기회에 뛰쳐나갈 수도 있다고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더 이상은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의협과 약사회를 비롯,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민영화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협의체 구성을 밝힌 바 있다.
의협과의 관계를 약사회 임원이 간접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최근 갑자기 감지된 것은 아니다.
우선 의협 노환규 회장은 수차례 의협의 반대 투쟁이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큰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해 애매모호한 발언들을 해 왔다.
실제로 구랍 중순 가진 인터뷰에서는 “의료민영화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개념상 혼란이 있다”며 “언론에서 의협이 주도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를 한 것으로 보도된 것은 의료민영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맞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노환규 회장의 본 뜻이 어쨌든 간에 의협 회원들은 약사회가 포함된 의료민영화 반대를 위한 연대에 의협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거나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행동 하는 것까지도 불만을 갖고 있을 정도다.
약사회와의 연대에 대해 의사들이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의약분업’이다. ‘의약분업’을 ‘잘못된 의료제도’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는 의사들이 의약분업을 ‘지켜야 할 정의’로 생각하는 약사회와 같은 자리에 서서 투쟁을 외치는 것이 결코 편할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의원협회는 “(원격의료, 영리병원 저지가 아닌) 의약분업 철폐를 주된 투쟁 아젠다로 삼을 것을 의협 비대위에 강력히 요청하며, 의약분업 철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약사회에서도 의협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의협이 투쟁을 할 때마다 들고 나오는 ‘의약분업 폐지하라’는 피켓을 보면서 함께 서서 ‘의료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것은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구랍 중순 비공식 인터뷰에서 의협과의 공조관계에 대해 “대체조제 문제나 전의총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투쟁합시다 할 수는 없다”며 “선택조제나 대체조제 딴지 거는 것은 선 그을 것이다. 동의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협과 약사회는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협이 환자 의료정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약학정보원을 상대로 단체소송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약학정보원이 약사회 산하 단체는 아니지만, 서울 서초동 대한약사회 건물에 입주해 있고, 이사장도 약사회장이 겸하고 있는 만큼 의협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약사 사회나 의료계 내에서는 ‘의료민영화 저지’라는 공동의 투쟁목표가 동상이몽의 함정에 빠져들어 성과없이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