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협회, 한독 집단반품 왜 유보했나?
도매협회, 한독 집단반품 왜 유보했나?
제약협회 잇따른 경고 이후 규탄대회로 전환 … 출구전략 모색 관측도
  • 이동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3.12.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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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한독(옛 한독약품)과의 의약품 유통전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한독제품 반품을 하루 앞둔 9일, 회장단 회의를 갖고 반품 대신, 규탄대회를 열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도매협회는 “반품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유보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동안 협회가 쏟아낸 높은 수위의 비난과 대응방침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치엽 도매협회 회장은 지난 5일 한독 본사 앞에서 진행된 1인 시위에서 “한독은 의약품 유통 원가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횡포를 서슴없이 자행해 왔다”며 “한독이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도매업계를 생존권 위기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 한독 제품에 대한 도매업계의 집단 반품을 앞두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황치엽 “한독, 서슴없이 횡포 자행” … 강력한 투쟁의지 피력

앞서 도매협회도 지난 3일 ‘협회 입장문’을 통해 “한독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5% 기본마진을 적정 마진 선까지 상향조정해 주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최저 유통마진을 8.8%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마진 수준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통마진의 인상 없이 이번 싸움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황치엽 한국의약품도매협회장이 지난 5일, 한독의 저마진 유통체계를 비판하며 서울 역삼로 테헤란로 한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도매협회는 9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유보’라는 해명아래, 10일자 집단 반품계획을 돌연 취소하고, 10일 오후 2시 한독 본사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집단 반품에 비하면 한층 누그러진 물리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10일자 반품 계획 돌연 취소 … 제약협회 경고 때문일까?

업계는 도매업계에 대한 한국제약협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이번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도매업계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달 28일 의약품도매협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유통마진은 제조업소와 도매업소 간의 거래문제이지 사업자단체가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도매협회의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제약협회는 지난 4일 열린 긴급 이사장단회의에서도 “자신들의 유통마진 인상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독약품의 유통을 집단 거부하는 것은 제약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침해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이며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불법적 실력행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원사(한독)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압력에 대해 모든 회원사의 의지를 모아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제약협회의 경고는 9일에도 이어졌다. 협회는 이날 낮 유통질서위원회를 열고 “사업자단체인 도매협회가 긴급 회장단 결의 형식을 통해 유통거부를 주도하는 것은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4일 열린 이사장단 결의사항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태를 몇몇 대형 도매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도 도매협회가 한독과의 유통전쟁에서 한발 물러선 배경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형도매 주도 반품카드 ‘부메랑’ 되나? 

도매업계 관계자는 “한독제품 집단반품은 일부 대형 도매사들이 중심이 되었다”며, “한독이 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다른 도매상들이 반사이익을 얻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대형 도매가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발행하는 도협신문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도협신문은 지난 11월 27일 “굴지의 대형 도매업체들이 회동을 갖고 12월 2일부터 한독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으며, (협회가)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를 승인했다”고 전한 바 있다.

따라서 의약품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독이 특정 도매를 ‘왕따’시키는 유통정책을 펼 경우,  이번 반품 카드가 오히려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독은 최근 개별 도매업체에 공문을 보내 “이번 사태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독 제품 취급 중단을 선언한 도매협회가 오늘 규탄대회를 계기로 서서히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A제약사 관계자는 “한독은 오리지널 품목이 많기 때문에 도매업체들도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제약협회까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대형도매업체들도 손익을 감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보았다.

“반품 유보, 제약협회와 무관 … 폐기처분 손실 등 감안”

이와 관련해 한국의약품도매협회 관계자는 1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제약협회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약품을 반품할 경우, 폐기처분에 따른 손실과 한독과 협상 중인 점을 감안해 반품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독이 도매업체에 직거래를 통해 주는 마진은 도매업체가 쥴릭을 통해 한독제품을 받는 도도매 마진보다 낮다”며, 직거래 업체로서는 이번 마진율 인상 요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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