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 열광하는 사회
힐링에 열광하는 사회
  • 박정범
  • 승인 2013.10.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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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힐링’ 바람이 불고 있다. 베스트셀러에는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것을 권하는 책들이 즐비하다. 흥미로운 것은 종교인과 학자, 예술가, 기업가 등 저자들의 이력도 다양하고, 책의 주력 독자층도 아동과 청소년, 청년과 중년 등으로 다양하다. 시청률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TV 방송 역시 힐링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서양에서도 명상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시도들이 줄곧 있었다.

타인에게서 정체성을 찾다

왜 이렇게 힐링을 원하는 것일까? 현대인들이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좋고 비싼 옷을 입히고, 유기농 먹거리로 식탁을 차려주며,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돈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아이를 위하는 일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단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옆집 아이와의 비교와 경쟁을 위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한 경우 태중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경쟁과 비교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아니 죽은 다음에도 남들보다 비싼 관(棺)에 들어가서, 값비싼 명당에 묻히려고 한다.

특히 한국사회는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의 행복보다 남들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중요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기보다는 남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야 가치 있다고 느낀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의 어두운 면이다. 대략 10년 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하여 근래에 OECD 국가 중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자살률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의 마음은 아플 수밖에 없다. 아프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여러 정신장애 중에서 현대들이 쉽게 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예방과 치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불안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대표적 정신장애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은 일상 생활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몸과 마음에 힘이 나지 않는 것이다. 우울증이 심각하면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는 절대 금물이다. 이런 비난으로 더욱 비관적인 생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비관적인 생각은 자살의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심할 경우 주변에서 즉각 개입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정신장애로는 불안장애를 들 수 있다. 불안의 본래 기능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를 피하게 할뿐더러,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준비하게 만든다. 낭떠러지에서 불안을 느끼지 못하면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시험을 앞둔 학생이 불안을 느끼지 못하면 공부를 하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일상생활에 유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면, 불안은 우리의 일상을 망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해를 가할 수 없는 대상이나 상황에 불안을 느끼는 공포증, 전쟁이나 사고 같은 과거의 사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특정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강박증, 갑자기 불안에 휩싸여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공황장애에 이르기까지 불안장애가 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성과 금단으로 알아보는 중독

세 번째로는 중독을 들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알코올 중독을 비롯해, 예전에는 청소년들만 문제가 되었지만 점차 그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인터넷(게임) 중독, 여성들에게 많은 쇼핑 중독, 남성들에게 많은 섹스 중독,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일 중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어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먹는 폭식증도 음식 중독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중독을 진단하기 위해 ‘내성’과 ‘금단’이 나타나는지를 본다. 내성은 우리 몸이 쾌감에 적응하는 현상으로, 예전과 같은 쾌감을 얻기 위해서 점차 강도나 양을 증가시킨다. 금단은 중독행동을 하지 않을 때 경험하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의미한다. 금단과 내성은 중독을 유지시키는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마음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리고 굳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몸처럼 말이다. 그러나 몸의 질병도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듯이 마음의 아픔도 그렇다. 우울이나 불안이 심하거나 자신이 중독에 빠졌다고 생각된다면 주저 없이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를 찾아가자. 필요하다면 약도 처방받고, 상담과 심리치료를 통하여 마음을 잘 보살펴야 한다.

방치는 금물, 적극적으로 치료하라

전문가를 찾아갈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난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방치하면 안 된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중요하듯, 평소에 몸과 마음을 잘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 속에만 빠져있게 되면 복잡해지고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가벼운 운동이나 목욕 등을 통해 몸을 움직여 몸과 마음의 온전한 휴식을 통해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솔한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우울이나 불안, 중독 등 여러 정신장애를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았던 경험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이유는 우리가 관계에서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진짜 마음을 감추고 사는 경우가 많다. 직장동료나 가끔 만나는 친구와의 관계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그렇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왜곡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서로를 왜곡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정신장애를 뛰어넘어 진정한 행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원장>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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